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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정치의 도리를 알아야

 

[용인신문]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는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이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재산과 지위를 얻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누리려 해서는 안 된다. 가난함과 미천함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려다가 가난과 미천함에 처해 졌다면 그것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명심보감 안분편 8문장에 나온 말인데 이글의 전거는 논어 이인편 5문장이다. 공자의 이 말은 많은 부분에서 길고 긴 우등불가에서 풍찬노숙의 날들을 견뎌온 노인의 인자함 보다는 잘 벼리 된 칼날의 단호함이 느껴진다.

 

공자는 득남 후 불과 몇 년 후에 무슨 이유에선지 아내와 등을 진다. 그리고 눈에 흙이 들어가는 날까지 후취를 들이지 않았다. 당시 시대로 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임에 분명했다. 그런 공자에게 있어서 온화한 미소로 제자를 이끄는 스승의 모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공자가 추구한 삶이란 ‘너 똑바로 정치해라.’가 그것이다.

 

논어의 문장 자체가 곧 정치다. 그럼에도 굳이 정치인이 되겠다면 급한 대로 육예를 어설프게나마도 익혀야 한다. 其一禮 마음의 사악함을 없애는 시경을 읽어라(讀詩). 其二禮 고대의 정치를 아는 서경을 읽어라(讀尙). 其三禮 빈부귀천의 예를 아는 예기를 읽어라(讀禮). 其四禮 나라를 흥망을 아는 고대음악 이론서 악기를 읽어라(讀樂). 其五禮 시대를 읽어내는 안목을 훈련시켜주는 역경을 읽어라(讀易). 其六禮 노나라 역사책인 춘추를 읽어라(讀春) 하루는 수제자 자로가 사문의 동생 자고子羔를 비費읍의 읍재 곧 군주로 추천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공자는 “서경 한 줄도 안 읽어 본자를 어떻게 그런 막중한 자리에 추천할 수 있는가?”라며 크게 노한다. 그러자 자로도 지지 않고 대든다. 이 장면이 논어 선진편 11-24문장에 날것으로 기록되어있다. 자로가 자고를 추천한 일에 대해 공자의 분노는 이렇다. 너는 사람을 망치는 자다. 이에 자로가 발끈해서 덤빈다. “세금 따박 따박 잘 내는 백성들이 있겠다, 또 제사 드리는 사직이 있어서 조상귀신들이 나라를 잘 보호해 주겠다, 이쯤이면 누가 비 땅의 군주가 된들 못할 게 뭐 있겠습니까? 꼭 서경을 읽어야만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이에 공자는 이렇게 쏴붙인다. “이래서 내가 입만 살아 있는 것들을 싫어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