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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소중한 역사 자료 서고서 낮잠… 속타는 기증자

구봉 이석호 연세대명예교수 족보·간찰 등
5000여점 용인시에 기증… 열람조차 불가능

 

 

[용인신문] 용인시가 구봉 이석호 연세대명예교수으로부터 지난 2017년 기증받은 족보 3000권, 한석봉, 윤증의 간찰 등 총 5000여점을 묵히고 있자 향토사학자 등이 나서 비난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용인시에 기증한 족보는 원삼면주민센터에 마련된 서고에 비치해 오고 있으나 열람 공간조차 없어 열람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증자이자 족보연구가인 이석호 박사가 연구가 필요해 족보를 열람하고자 해도 열람할 공간이 없어 이도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 박사는 “얼마 전에 덕수이씨 족보 연구가 필요해서 주민센터에서 몇 권을 가져왔더니 동백에 있는 용인시박물관에서 박물관 허락도 없이 꺼내갔냐는 항의 전화가 왔다”며 “서고에 가둬만 놓고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연구조차 안하고 묵힐 거면 왜 기증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이 박사는 “기증 당시 시에서 열람과 연구 및 교육이 가능하게 해준다고 했었으나 여전히 약속 이행이 없다”며 “주변에서 족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기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이 박사는 “현재 주민센터 서고는 족보만 꽂아놓기에도 비좁다”며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해 열람실과 연구실을 마련해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와서 필요한 족보 열람도 하고 연구실에 와서 궁금한 점을 문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나 역시도 족보를 옆에 두고 연구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전 원삼면주민센터 관계자가 SK 하이닉스가 개발되면 청룡마을에 역사박물관을 지어 5년 정도 후면 옮길 수 있도록 할 테니 참아달라고 했지만 내 나이가 90인데 그 세월을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 원삼농협에 활용하지 않는 빈 공간을 수리해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제안했다.

 

이종구 전 용인학연구소장은 “앞으로 족보자료관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 등을 위한 공간마련 등 조례 작업이 필요하다”며 “급한대로 연구할 별도 공간과 열람할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향후 법인 성격의 구봉족보도서관을 짓고 이석호기념관이라는 현판을 달아 그곳 관장으로 임명해 연구와 열람 및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평생 수집한 귀한 자료를 기증한 이 박사에 대한 예우"라고 했다.

 

이 전 소장은 당장에는 “이 박사를 박물관명예관장 등으로 임명해 족보 구입, 운영 등 족보 활용 방안에 대해 간여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며 소득도 보장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가 기증 당시 3억원에 해당했던 한석봉 등 200명의 간찰 역시 연구가 전무하다. 물론 학술적 가치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도 현재 동백에 있는 용인시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 있을 뿐이다.

 

다만 간찰의 초서체는 번역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어려워 시에서도 활용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는 “간찰은 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귀한 자료”라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1년간만 빌려주면 사진 찍고 번역하고 책을 낸 후 원본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당시 시에서 족보 등과 함께 기증 얘기가 오가는 중이어서 시에 믿고 맡긴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과거에 별도의 간찰을 번역해 ‘묵적’이라는 제호의 책을 낸 바 있었다”며 “자신의 호를 딴 구봉박물관이 지어지면 족보와 함께 옮겨 연구 전시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용인시 문혜영 문화예술과장은 “옮기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현실이 따라주지 못해 저 역시도 답답하다. 현재로서는 동백의 시박물관 자체도 장소가 협소하다. 기증한 족보 자료도 어렵게 원삼면에 공간을 마련해 비치한 것이다. 기증 당시 박물관에 장소가 없기 때문에 기증이 어렵다고 할 수도 있던 부분이었겠지만 이 박사가 기증 의사가 있어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간 확보 같은 것은 장기적으로 큰 공간이 마련될 때 이뤄질 사항이다. 원삼농협도 예산이 수반된다. 족보자료관 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뭐라 답할 수 있는 게 없다.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또 “간찰도 너무 흘린 초서체다보니 해석이 필요해 고민하고 있다. 이 또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어찌 가야하는지 고민 중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