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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난 이렇게 살아요!

심순자(장애인복지 일자리 종사)

 

[용인신문] 코로나19와 긴 장마에 태풍까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지난해 여름. 매일 수시로 오는 재난문자에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여러 번.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렇게 시달리고 보니 여름이 가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우리는 남편과 막내딸, 나까지 세 식구가 한집에 사는 직장인들이다. 아침 시간은 유난히 빨리 가고 전쟁이다. 귀밑 흰머리가 부끄럽지 않을 나이 칠십, 식구들 뒷바라지하며 직장생활 하기엔 기운이 모자라고 힘들다.

 

어느 날이었다. 출근하는 남편이 식탁 위에 마스크를 두고 갔다. 난 방방 뛰며 마스크를 가지고 뛰어가며 소리소리 질렀다. 백미러로 내가 보였는지 차가 멈췄다. 숨이 차 말을 못 하고 마스크를 흔들었다. 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차에 비상으로 두고 다닌다고 했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챙기는 것이 어이없어 나 역시 엷은 미소를 지었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고 구입하기 어렵던 때 스무번 째로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산 적이 있다. 가족끼리도 마스크로 티격태격하고 호주머니 돈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마스크가 금스크이던 시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고단하다.

 

내가 하는 일은 장애인 일자리에서 장애인 주차구역 지킴이다. 근무 시간에도 마스크는 필수며 팀원 세 명이 삼각형으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더운 여름, 더위로 얼굴에 땀이 차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코로나19와 싸워야 했다. 의료진들의 피눈물 나는 수고, 치료와 방역을 위해 전방에서 밤낮으로 이어진 끈질긴 노력…. 잊을 수 없고 너무 감사하다.

 

이제 가을 모퉁이의 실바람이 불고, 푸른 산과 들이 오색의 빛으로 바뀌니 마음 한구석에 조금은 여유가 생긴 듯 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긴 싸움에 더 이상 나약하고 싶지 않다. 막연한 불안감, 공포가 아닌 충분히 대처하고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가 자리 잡은 것 같다.

 

내 일터는 칸 막힌 사무실도 아니고 공용 주차장이지만 장애인이 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고 다른 장애인에게도 일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힘과 용기를 심어주는 작지만 큰 여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코로나가 확산되면 쉬고 진정되면 일을 나가기도 했다. 최저 임금이지만 나의 노동은 최저가 아니기에 웃음으로 받아들이며 내가 선 위치에서 내 책임을 다하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기만 하다.

 

노년에 정확한 시간과 싸우며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는 것이 불편함이 아니라 행복한 습관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가 무릎 꿇고, 아름다운 계절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