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임승유
휴일이 오면 가자고 했다
휴일이 오고 있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너는 오고 있지 않았다.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는 채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은 너 사이로
풀이 자랐다. 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 다음 날에 바람이 불었다. 풀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모르지 않는 네가
왔다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지 않았고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임승유는 1973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201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는 경쾌하고 발랄한 어조가 단연 돋보인다. 실존의 절박함이나 외부 세계의 추악함에 반응하기보다 경쾌하게 대상을 아우르는 능력이 절묘한 아이러니를 형성한다.
「휴일」은 휴일이 오면 어디를 가자고 한 언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성찰의 시다. 휴일은 다가오고 있는데 너는 오지 않고,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너는 모르는 채 너는 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은 너 사이로 풀이자라고 있다고 노래하고 있지만 풀은 너와 나 사이에 자라고 있는 것이다. 느슨해지거나 소원해지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황폐한 사이가 된 너와 나 사이인 것이다. 풀을 보지 않으면 풀이자라는 걸 알게 된다. 풀은 두 사람의 마음이다. 보지 않는 동안에 풀처럼 자라는 공허함과 쓸쓸함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풀처럼 자라는 마음을 알고 있는 네가 ‘왔다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지 않았고 더운 날이 계속’된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