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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에서 녹색 도시로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미국의 생태학자 앤드루 돕슨(Dobson, Andrew)은 『녹색정치사상(Green Political Thought, 1990년』에서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생태주의의 특성은 ‘지속 가능한 미래’의 중요성과 ‘성장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사람중심주의(anthropocentrism)를 벗어나, 인간이 아닌 자연생명 세계에 대한 윤리적 관심에 있다면서 근대의 과학적 세계관 및 정치 패러다임(paradigm)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의 환경생태에 대한 녹색적 관심(green concern)은 시골 주택의 보존이나 동물의 구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생활 등 패러다임의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정치(Green Politics)로 집약된다. 인간의 의식과 사회구조 및 경제, 정치, 생활 등 모든 것의 재구성은 문명적 변화와 후기산업사회의 변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팬데믹(pandemic)이라는 터널에 우리가 갇히게 된 것은 사람중심주의(anthropocentrism)에서 비롯된 사람의 교만과 이에 따른 생태위기(ecological crisis)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파괴는 생태위기를 불러오고, 생태위기는 기후변화를 불러온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생태위기와 사람 사이의 완충지대라고 할 수 있는 생태계(ecosystem)를 파괴해 기후변화를 불러왔다. 지구상의 생명의 절멸(extinction)을 가져오는 기후변화는 용인시민도 예외 없이 직면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고, 생명 세계를 상품화하려는 개발독재(developmental dictatorship)에 의한 산업근대화라는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한 용인시 행정으로 수지구·기흥구의 생태계는 회색빛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혀진지 오래 되었고, 상대적으로 용인시에서 자연 생태계가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던 처인구도 회색빛 콘크리트 숲으로 뒤덮혀지고 있다. 최근 생태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용인시가 오는 2025년까지 시민 1인당 공원 면적을 11.3㎡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2020∼2025년 공원녹지조성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용인시의 녹색화 사업에 나섰다. 기흥저수지와 이동저수지 등 수변공간 주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경안천도시숲(7만7727㎡)과 갈담생태숲(15만276㎡)을 조성하는 등 녹색화 사업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수변공간과 산림공간의 녹색화도 중요하지만 공공시설 공간 등으로 쓰이다가 용도폐기 되는 공간의 공원화와 아파트 단지 사이의 자투리 땅의 공원화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동백지구의 호수마을 월드 메르디앙 아파트단지와 자연 앤 데시앙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경관녹지에 벤치 같은 편의시설과 제대로 된 산책로를 만들어 코로나 19로 실내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소공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청덕지구의 청덕초등학교에서 올라가는 법화산 등산로 초입에 시민 눈높이에 맞춰 조성된 주민 편의시설과 수목관리는 자투리 땅의 소공원화 사업의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 19라는 이름의 팬데믹(pandemic)의 터널에서 용인시민들이 빠져나와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면 용인시가 야심차게 시작한 녹색화 사업이 여러 가지 난관을 뚫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단하지 말고 진행되어야 한다. 녹색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날 용인시는 회색 도시에서 녹색 도시로 변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