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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아느 네스(Arne Naess)의 근본생태학(deep ecology)을 계승하고 확대, 심화시킨 드볼(Bill Devall)과 세션즈(George Sessions), 카프라(Fritjof Cafra), 스나이더(Gary Snyder) 등 근본생태론자들은 오늘날의 생태위기와 현대인의 자아 및 정체성 상실에 주목하고, 이것을 현대 문명의 쇠퇴 증후로 파악한다.

 

드발과 세션즈는 사람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생명중심적 평등(biocentric equality)을 지향하는, 유기체적 전체(organic wholeness) 또는 큰 자아(Self)라고 불리는 공동체에서 사람과 사람이 아닌 생명체들이 모두 동등한 중요성을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머레이 북친(Murry Bookchin)을 개조(開祖)로 하는 사회생태학(social ecology)은 생태위기의 원인을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 세계를 상품화하려는 시장 논리에 기인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기 때문에 사람이 지닌 지배 속성에 주목한다. 정치학에다 생태학을 접목시킨 사회생태학은 자연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분열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자연의 맥락에 포함시키고 자연의 진보 과정의 관점에서 이를 탐구하며, 자연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연속성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난개발(亂開發)로 불명예 명단에 오른 전직 용인시장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이들이 아느 네스나 머레이 북친이 설파하는 생명 중심의 환경생태사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환경파괴가 인간을 황폐화시키는 것은 물론 지구상의 생명의 절멸(extinction)을 가져올 것이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그러한 불행한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현(現) 용인시장 역시 “사람 중심 용인, 새로운 용인”캐치프레이즈 이면에는 는 자칫 생명 세계를 상품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난개발 저지를 공약 1순위로 했다는 노력엔 박수를 보내지만 몇가지 우려에 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골프장 · 고압송전선로 · 물류센터 · 수도권석유비축기지송유관로 · 폐기물처리장 · 화장장 · 중·소형공장 등이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는 처인구 이동읍만 놓고 보더라도 용인 난개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선 후기의 실학 사상가 이중환이 『택리지(擇里志)』에서 조선 8도에서 사람이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곳 10군데 중 한 곳으로 꼽았던 이동읍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누구보다도 역대 용인시장들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동읍의 환경파괴로 표상(表象)되는 용인의 생태위기는 기존 용인의 행정적 · 경제적 · 문화적 위기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위기이다. 그것은 용인 시민의 생존에 관한 위기이며, 용인 시민들 각자의 행위의 총체적인 위기인 것이다.

 

현 용인시장은 역사와 문명의 퇴보, 생명의 절멸을 불러오는 ‘사람 중심’의 미망(迷妄)보다는 생명 중심적 평등(biocentiric equality)의 사상인 ‘생명 중심’ 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리고 환경파괴로 생명의 절멸로 줄달음치고 있는 이동읍을 포함한 용인시의 ‘생명’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자연생태 공원화를 통한 녹색화, 이동읍 송전저수지 환경생태공원화 등 녹색화 공약을 한 발짝 후퇴 없이 시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농경지와 임야, 주택 사이에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는 중·소형공장들을 모두 철거하여 산업단지로 이전하는 것을 모색해라. 아울러 고압송전선로의 지중화 및 공원묘지와 화장장의 공원화 내지는 녹색화를 모색해 한다.

 

‘사람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 가는 길만이 역대 용인시장들의 흑역사를 재현하지 않는 길음을 현 시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