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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김대건 길 트레킹 ‘코로나 블루’ 굿바이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꾼다. … 청년 김대건 길

 

[용인신문] 10월 하순,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집밖을 나서면 벚나무, 은행나무 가로수가 알록달록 만추를 알린다. 기온이 3~4도 더 내려간 숲속은 잘 익은 홍시를 보는 듯하다. 가을 정취가 농후해지면서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트레킹 코스가 있다. 바로 청년 김대건 길이다.

 

올해 초부터 조성됐지만 벌써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을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명품 순례길 반열에 오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천주교 신부인 성 앙드레이 김대건 신부의 삶이 배어 있는 역사적 배경이 주목받으면서 ‘한국판 산티아고 길’로 불리기도 한다.

 

* 가을풍경과 종교적 신성함 … 10.3Km 김대건 신부 운구길

처인구 양지면 남곡리 위치한 은이성지(은이공소)에서 안성시에 있는 미리내성지까지 이어지는 청년 김대건 길은 종교적 선각자인 신부의 삶을 느껴 볼 수 있는 길이다.

 

은이공소는 김대건 신부가 1836년 조선 최초의 선교사 프랑스인 모방 나(羅)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간택되어 마카오로 파견된 곳이다.

 

사제 서품을 받고 귀국한 김대건 신부의 첫 사목지가 바로 ‘은이공소’다. 바로 이곳에서 김 신부는 조선 땅에서는 처음으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고, 체포되기 직전 공식적으로 최후의 미사를 드렸던 곳이기도 하다.

 

은이골을 넘어 동부동과 이동읍을 지나 안성시 미리내성지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은 김대건 신부의 운구 길이다.

 

김대건 길 용인지역 구간은 13.4km 구간의(은이성지→신덕고개→곱등고개→문수봉→고초골 공소) A코스와 19.4km의 (은이성지→신덕고개→망덕고개→애덕고개→고초골 공소) B코스로 나뉜다. 미리내 성지로 이어지는 길은 신덕고개에서 갈라진다.

 

기자 개인적으로 A코스의 경우 중학교 시절 소풍길이었다. 은이성지를 출발해 곱등고개에서 와우정사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가을풍경과 종교적 심리가 신성한(holy) 느낌을 들게하는 말 그대로 명품 순례길이다.

 

* 은이골짜기 (은이성지), 김 신부가 숨어서 포교한 마을

42번 국도 양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보이는 은이성지는 흔히 은이골짜기로 불렸다.

 

은이란 김대건 신부가 숨어 포교를 했다하여 숨은 마을(隱里)로 은(隱 숨을 은)리였는데 우리말 발음상 은이로 불리우게 된 천주교 성지다. 지금도 양지공소(은이성지)에서 예배와 기도, 그리고 종무일을 보는 곳이다. 과거 물이 깨끗하고 풍광이 좋아 용인 8경지로 추천 됐던 곳이기도 하다.

 

은이공소 길 건너 기도처 앞으로 흐르는 은이천을 따라 오른다. 가든 별장, 그리고 개천 넘어 별장촌이 산과 어우러져있다. 갈미봉 정상의 흰공이 갈미봉을 묘한 모습의 산으로 만든다. 오른쪽 형제봉은 잣나무가 금방이라도 쏟아질듯한 모습으로 곁에 서있다.

 

* 신덕고개

‘하느님은 진리의 근원이며, 그르침이 없음’을 굳게 믿는 신덕송이 고어로 새겨져 있다. 신덕이란 천주 태워주신 초성덕(超性德行)행이다. 비문에는 “천주 계시하사 성교회에 맡기신 모든 진리를 천주의 진심하심을 인하여 확신돼 믿는 덕이니라”고 쓰여있다.

 

신덕고개를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면 마을 윗 동네 앞을 통해 와우정사 앞길로 이어진다. 30년 전 다녀온 소풍길이다.

 

와우정사를 오른쪽에 두고 오른쪽으로 가다보면 석유비축기지와 여러 이정표가 나온다. 자연마을을 지나 논두렁이 산 들머리다. 들머리에 신덕고개 안내표지석이 있다. 평지에서 보이는 높은 산은 바래기산은 수도권 2000만 국민의 식수원인 경안천 발원지가 있는 곳이다.

 

깨끗한 계곡물을 따라 오르면 나무 계단이 나온다. 이 나무계단 끝이 망덕고개로 해실이 고개다. 이 고개에는 김대건 신부 유체 이장 당시 기적 같은 일화가 숨어 있다.

 

* 망덕고개

김대건 신부의 유체를 이장하던 이민식(빈첸시오)이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났는데, 그 호랑이조차도 “김대건 신부의 유해를 모시고 가는 중이니 썩 물러나라!”는 이민식의 호령에 길을 비켜줬다는 이야기다. 울창한 숲 속, 김대건 신부의 유체를 지키기 위해 호랑이와 맞섰던 이민식이 섰던 바로 그 자리에 망덕고개비가 세워졌다고 한다.

 

비문에는 “망덕이란 천주 태워주신 초성덕(超性德行)행이다. 천주예수의 공로를 보사 허락하신 천당 영복을 바라고 그 복을 얻기에 모든 성충을 천주의 성실하심과 자비하심을 인하여 굳이 바라는 덕이니라”고 쓰여있다.

 

망덕고개에서 애덕고개까지는 4km다. 망덕고개비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세 갈래 길 중에 아래 길이 삼덕의 길이다.

 

‘평화로운 쉼터(교인의 쉼터)’를 지나면 왼편으로 기도원으로 이어지는 길도 나온다. 이어 마을길을 걸어 들어가면 작은 마을 끝에 개천을 지나친다. 진위천 발원지 시궁샘에서 발원한 물이 애덕고개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 곳이다. 이 개천을 건너면 애덕고개로 향하는 길이다.

 

* 애덕고개

애덕고개에도 김대건 신부에 관련한 일화가 담겨 있다. 유체를 숨겨둔 콩밭의 주인에 의해 유체가 발각되기 직전,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려 콩밭의 주인이 일손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 유체를 지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새남터에서 미리내까지 갖은 고비를 넘기며 김대건 신부의 유체를 이장했을 목숨 건 여정을 생각해본다. 삼덕고개 중 마지막 고개인 애덕고개비 앞에는 시궁산등산로 문수봉 쌍령산 등산로가 있다.

 

애덕고개비에는 “애덕은 천주 태워주신 초성덕(超性德行)행이다. 만선미호(萬善美好)하신 천주를 그 지선(至善)하심을 인하여 만유위에 사랑하여 또 천주를 위하여 남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는 덕이니라”고 적혀있다.

 

애덕고개에서 미리내 성지까지 내리막길은 꼬불꼬불 경사가 심한 길이다. 미리내성지내로 들어서면 ‘순교자의 모후께 봉헌된 경당’이 나온다.

 

1928년 건립된 이 작은 경당 앞마당에 김대건 신부가 잠들어 있다. 이어 성모당 건물과 거대한 건물은 한국순교자 103위 기성기념성당이다.

 

성지의 이름인 미리내는 한국의 고유어(순 우리말)로 은하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