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우연한 슬픔ㅣ채지원

우연한 슬픔

                                          채지원

 

종이꽃 같은

하르르한 슬픔

쩡쩡 울어대는 노동의 한낮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흰 속곳 같은 애무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이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나

햇살 내비치는 창가에 앉아

후드득 소나기 기다리는 때

 

채지원은 서울에서 나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008년 『문학과 의식』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이번 시집에는 가난했지만 소중했던 젊은 날의 추억이 새롭게 살아나고 시를 향한 순연한 집념이 펼쳐진다. 유성호가 ‘시인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충실하게 되새기면서 그 시간이 남긴 흔적과 문양이 시인의 존재론임을 노래한다’고 한 말은 옳다.

「우연한 슬픔」은 고요한 시간에 놓인 화자가 느끼는 종이꽃 같은 하르르한 슬픔에서 출발한다. 노동자들의 쩡쩡한 목소리와 기계음들도 쉬고 있는 고요한 시간, 애무도 보이지 않고 이슬도 어딘가로 사라져 보이지 않는 창가에 내비치는 햇살이 더욱 고요한 시간, 화자는 소나기를 기다린다. 후드득 내리는 소나기가 고요를 깨뜨리며 화자를 현실로 돌아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년의 시작> 간 『판타스마고리아』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