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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자연과 문명의 미묘한 지경, 직관으로 짚어내

유승도 시인 ‘사람도 흐른다’

 

[용인신문] 유승도 시인이 시집 ‘사람도 흐른다’를 달을쏘다에서 펴냈다.

 

우대식 시인은 해설을 통해 “그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 마음에 누더기처럼 쌓인 문명의 잡다함을 우쭐우쭐 흘러 내려오는 산맥의 물에 씻어 내고 산마루에 앉아 뜨는 해를 바라보는 일”이라고 했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정말 그런 느낌을 우리에게 선사하는 게 맞다.

 

우 시인은 “그의 시는 지상의 삶에 뿌리 내리고 있는 까닭에 허황된 바가 없고, 깨달은 체하는 포즈를 취하지도 않는다. 현실과 꿈, 자연과 문명의 미묘한 지경을 직관으로 짚어내고 있다. 더구나 거친듯 한 그의 시는 실은 유연하며 심지어 관능의 미를 발산하기도 한다”면서 “자연, 본능, 본질을 향한 시는 어떠한 반성도, 어떠한 낭만성도 띠지 않는다”고 했다.

 

유승도 시인은 자신이 키운 염소를 양식으로 삼고 자신보다 닭을 더 잘 잡는 아내를 모시고 산다. 그는 존재를 사는 사람이다.

 

시집의 제목처럼 그는 ‘사람도 흐른다’는 것을 스스로 체득하며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우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집을 읽는 묘미는 존재가 집요하게 존재성을 획득하려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의 존재의 흔들림 혹은 갈등”이라고 했다.

 

이 땅, 그 가운데서도 영월 망경대산에서 농사를 조금 지으며 살고 있는 유승도 시인. 그는 염소도 되고 멧돼지도 되고, 고라니도 된다. 삶 속에서 그것들을 대신해서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도달하는 바는 부조리한 존재 그 자체다.

 

“내리는 어둠에 물들며 집 앞길에 섰다/ 아무것도 먹이지 말고 데려오라는 도축장 직원/ 의 말에 따라 우리 안 나무에 매 놓은 흑염소의 울/음소리 사이로, 태어난 지 보름 정도 된 아기 염소/의 빼엑 빼엑 우는 소리가 들린다/ 너를 죽여아만 내가 살 수 있는 이 삶을 선택한/ 적이 없다 한들 거부할 수도 없으니, 길이 한없이/ 뻗어있다 해도 나는 떠날 생각이 없다/ 숲은 깊고 새들도 이미 날개를 접었다“(‘어둠이 내리는 길 위에서’ 전문)

 

유승도 시인은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나의 새’ 외 9편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차가운 웃음’ ‘일방적 사랑’ ‘천만년이 내린다’ ‘딱따구리가 아침을 열다’ ‘숫컷의 속성’ 등이 있으며, 산문집 ‘촌사람으로 사는 즐거움’ ‘고향은 있다’ ‘산에 사는 사람은 산이 되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