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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자파기직自罷其職- 스스로 그 직을 파면하다.

 

[용인신문] 초나라 임금은 어려서 형명학을 익힌 법가 출신 소왕召王인데 법에 밝기가 가차 없었다. 누구든지 법을 어기면 무덤까지 파내서 매질을 해서라도 벌을 준다. 그런 연유로 초나라에서는 감히 누구도 법을 어기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소왕의 아들 혜공惠公과 며느리 혜미비惠美妃와 사돈댁이 집을 짓는 재료인 목재와 땅을 가지고 백성들에게 농간이 심했고, 그 이득이 상당했다. 그렇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뭔 배짱으로 토를 달랴마는 그저 속으로 분을 삼키는 게 백성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소왕의 법이 남에게는 가혹하고 철저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와 사돈댁에 대해서는 마피아 총대로 잰 고무줄 잣대였던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법을 쥔 자들의 문제는 남에게는 가혹한데 자신에게는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법가는 “정치를 하면 안된다.”는 범수의 말이 유효한지도 모른다.

 

진효공 영거량을 도와 진을 천하제국으로 이끈 위나라 출신 법가 상앙은 사지가 찢겨 죽었고 영거량의 4대손 진나라 시황제를 도와 천하통일을 일궈낸 이사는 저자거리에서 아들과 함께 허리가 잘려 죽는다. 그의 꿈은 갓 쉰나이인 오십 줄에 아들과 손자와 함께 누렁이 개 한 마리 끌고 해질녘 동네 한 바퀴 돌아오는 거 그게 꿈이라 했지만 그의 소박한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법가들이 정치판에 들어섰을 때 그의 말로는 오늘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다. 그 중심에 서울대법대 교수이면서 비 사법고시 출신자 조국 전 35일짜리 법무부 장관과 그를 짖이겨전국구 스타가 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에 임한다는 현 검찰총장 윤석열이 그다.

 

표창장 하나로 촉발된 조국과 동생과 처와 아들과 딸과 그야말로 전방위 아직도 그 집안의 멸문지화는 진행 중이다. 잘잘못이야 법에서 가리겠지만 문제는 법과 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뽑아대는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범위 안에서 일고 있는 잡음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있다. 장모와 부인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검언유착이라는 기사까지 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기위한 보이지 않는 손의 출구전략인지는 알길 없으나 뭐가 됐건 윤석열 검찰총장으로서의 운신의 폭이 옹색해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옛 선비들의 처신 중에는 자파기직自罷其職이라는 처세술이 있다. 스스로 그 직을 파면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