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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사람 용인愛

봄을 즐기고 싶은 어느 봄날

황선옥(동화작가)

 

[용인신문] 코로나 19’로 전 세계인이 고통을 겪고 있다. 나 역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집 에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집안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간만에 대청소를 한다. 다람쥐가 먹이 숨겨 놓듯 집안 구석구석 물건을 참 많이도 숨겨 두었다. 내친 김에 베란다 창고문도 활짝 열었다. 꽉꽉 밀어 넣었던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지막으로 배가 볼록한 A4 파일 하나가 툭 떨어졌다. 파일을 들춰보니 가족과 나들이 갔던 곳의 팸플릿과 입장권을 모아둔 것이다. 유독 용인과 관련된 자료가 많다. 그러고 보니 용인에 뿌리 내린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용인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만날수록 정이 가는 친구 같은 곳이다. 우선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이들과 찾기 좋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다.

 

이영미술관에서 하는 닥종이 인형전에 갔을 때의 일이다. 아이가 구두닦이 소년 인형 앞에 앉아 한참을 쳐다보더니 자기 호주머니에 있던 전 재산, 천 원을 꺼내 소년의 호주머니에 넣었다. 내 손을 잡고 전시장을 나가면서도 자꾸 소년을 뒤돌아보았다.

 

한국미술관 갔을 때의 일이다. 그날 아이가 그림일기를 썼다. ‘미술관이 작아 처음엔 실망했지만 조각가 선생님이 사인을 두 장이나 해 주셔 신이 났다. 미술관에 전시해 놓은 게 다 선생님 작품이라고 했다. 참 대단하신 분인 거 같다’ 사인의 효과가 컸던 모양이다.

 

경기도박물관은 수시로 찾던 곳이다. 타지에 사는 친구들이 놀러오면 ‘우리 경기도박물관 진짜 좋다’ 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박물관에 가자 자기들이 해설사가 되어 친구들에게 설명한다. ‘여기는 배가 다니는 강이야. 건널 때 조심해야 돼. 여기는 인쇄를 해 볼 수 있는 곳이야. 우리 같이 해 보자’ 물론 매점에서의 군것질은 중요 코스 중 하나였다.

 

미술관, 박물관 외에도 많은 곳에 추억이 있다. 아이들이 국악당에서 장구를 배웠다. 그 실력 덕인지 큰 아이는 지금 대학에서 사물놀이 동아리를 하며 가끔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다.

 

한택식물원도 자주 가던 곳이다. 한택식물원 간 날은 백암에 들러 순대국밥을 한 그릇씩 먹고 왔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순대국밥을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깜짝 놀랐다. 둘째 아이는 그때의 문화를 즐기는지 지금도 가끔 국밥에 한 잔을 걸치고 들어온다.

 

쭈그리고 앉아 한 장 한 장 파일을 넘기며 추억에 젖어 있던 나는 어구구 소리를 내며 일어서다 밖을 내다보았다. 어느새 봄이 창문 앞까지 와 있었다.

 

빨리 봄을 즐기러 나가고 싶다. 가족과 이웃과 탄천을 걸으며 주름꽃 활짝 드러내며 사진 찍고 싶다. 그렇게 추억을 저축해 놓았다 이 다음에 또 영화처럼 돌려보며 행복한 미소 짓고 싶다.

 

코로나 19! 그만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