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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정당과 개인정당의 시대가 도래 했다.

김민철(칼럼리스트)

 

[용인신문] 한국정치사에 또 하나의 진기록이 추가될 것이 확실시 된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차지할 묘수로 미래한국당을 만들기로 했다. 선거법 개정을 놓고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인 끝에 막판에 타협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협상에서 의석은 300석을 유지하고,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하되 30석은 정당명부제로 선출하는 방식이 채택되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자유한국당은 고심 끝에 묘수를 찾아냈다. 3%이상만 득표하면 비례대표 의석이 주어지는 선거법에 착안하여 페이퍼정당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비례한국당을 만들기로 방침을 정하고 언론플레이에 들어갔다. 언론은 즉각 받았고 민주당은 반발했다. 급기야 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비례한국당은 안된다고 정리했다. 이유는 비례한국당은 유권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집요했다. 명칭을 바꾸어 미래한국당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유권자들이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사상유례가 없는 긴 투표용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당투표제가 채택된 이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2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왔다. 유권자의 사표방지 심리로 인해 지지하지 않지만 할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투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정당투표제는 무난하게 정착되었다. 문제는 비례대표 의석수와 선출방식이었다.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제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이다. 문제는 비례대표제가 악용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은 비례대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고 전원 지역구에서 선출한다. 비례대표제를 가장 모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지역구 50% 비례대표 50%로 연방의회 의원을 선출한다. 독일의 연방의원 정수는 598석이다. 지역구 299석 비례대표 299석이다. 독일은 의석을 보정하는 특이한 제도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현재 독일 연방의회 의석은 709석이다. 598석보다 111석이나 많다. 독일은 의석수가 선거 때마다 다르다. 의석수는 598석이지만 주요정당의 의석독점을 막고 5%이상 득표한 소수파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의석수를 조정하다 보니 항상 정원을 초과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당투표제도 소수파를 배려하기 위해 도입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정당의 패권주의에 항상 악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 확실시 된다. 페이퍼 정당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얼마나 많은 꼼수가 동원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언론의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수많은 개인정당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 김 아무개, 박 아무개, 이 아무개 정당의 출현을 곧 목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씨는 1년 4개월의 외유를 마치고 정치에 복귀했다. 그가 처음으로 취한 정치행보는 손학규 대표를 만나 당을 내 놓으라는 최후통첩이었다. 손 대표가 거부하자 안철수 씨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독자정당을 창당한다고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야권은 통합을 하느니 마느니 신경전이 한창이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합집산에 이골이 난 유권자는 관심도 없고 기대도 접었다. 관심조차 없는데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페이퍼 정당을 만들던지 개인정당을 만들던지 통합을 하던지 분열을 하던지 그들만을 위한 그들에 의한 그들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이념과 가치는 고사하고 염치코치도 없는 정치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지, 나라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