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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howlingㅣ이설빈

howling

                     이설빈

 

너는 울다가울다가 울다가

 

나에 이르러

목을 축이고

길을 물었다

 

 

나라는 작은 물고기

입안에 머금고

너는 사막을 건너야 하네

 

 

너는 걷다가걷다가 갇다가

 

목을 축이고

너에 이르러

길을 물었다

 

이설빈은 2014년 『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그녀의 시는 우화적인 전개를 중심축으로 한다. 그녀의 우화형식은 세계를 우화로 만드는 작시와 스스로의 삶을 우화로 만드는 작시와 내면의 풍경을 우화로 만드는 작시가 있다. 그녀의 불안의 기울기는 내면을 우화로 만드는 시에서 더 크게 발생한다.

「howling」 역시 그녀의 내면의 불안한 풍경이다. 우는 행위와 길을 묻는 행위는 불안의 징조거나 불안의 은폐다. 울며 내게 이르는 너는 목을 축이고 길을 물었지만 걷고 또 걷다가 목을 축이고 너에게 이른 너는 길을 묻었다. 길을 잃은 것이다. 깊은 불안이다.

이탤릭체의‘나라는 작은 물고기/입안에 머금고/너는 사막을 건너야 하네’는 길을 물어보는 행위와 길을 묻는 행위 양쪽에 걸리는 불안의 징후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나와 너는 동격이기도하고 동일 인물로 읽힌다. 사막을 건너야 하는 나는 작은 물고기고 네가 입에 머금고 가야하는 운명이다. 스스로를 지고 건너는 세상이 사막은 아닐까, 물이 필수인 물고기를 입에 머금고 사막을 건넌다는 서사는 끔찍해서 어느 순간에 물고기의 눈이 흐릿해지고 사막의 건조한 열기에 싸이게 될지 모르는 운명이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여서 이 시는 알레고리를 개인에서 사회로 그 자장을 넓힌다. <문학과지성>간『울타리의 노래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