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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용인신문] 외국 여행

                    이영주

 

각자의 말들로 서로를 물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의 어둠과 다른 색

 

오래전 이동해 온 고통이 여기 와서 쉬고 있다

 

어떤 불행도 가끔은 쉬었다 간다

 

옆에 앉는다

 

노인이 지팡이를 내려놓고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흰 이를 드러내며 나는 웃고

 

우리의 혼혈은 어떤 언어일지 생각한다

 

이영주는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지난 20년 동안 그녀의 발화는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세상을 읽는 패라다임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한다. 그녀의 시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이야기들은 변주되기도 하고 핵심을 이루기도 하며 서로 교호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원형질이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그녀의 이야기인 것이다.

「외국 여행」역시 그녀의 이야기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는 지금 수많은 외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끼여 있다. 그녀가 여행자인 것이다.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언어로 서로를 물들일 수는 없다. 언어가 달라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나는 그와는 다른 어둠과 다른 색’에 이르면‘그’라는 대명사의 인물이 궁금해진다.

그는 고국에 두고 온 그일 수도 있고, 지팡이를 짚고 있는 옆의 노인일 수도 있다. 그가 누구든 고통을 지고 와 여기서 쉬고 있는 것이고‘어떤 불행도 가끔은 쉬었다’가는 것이다.

노인은 그녀 옆에 앉는다. 그녀가 앉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은 태양을 바라보고 그녀는 흰 이를 드러내고 노인을 향해 웃는다. 그렇게 서로에게 따스한 마음이 흘러들어간다. 그 혼혈이 어떤 언어일지 생각하는 것으로 시는 끝을 맺는다. 모든 인종을 서로 통하게 하는 언어는 정情이다. <문학과지성사>간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중에서. 김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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