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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행정은 꿈도 못 꾸는 ‘문화도시’

이상일 전 국회의원·단국대 석좌교수

 

[용인신문] 오산시는 지난 8월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앙정부로부터 5년간 국비지원을 받게 될 ‘문화도시’에 오산시가 지정되도록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10월엔 부천시와 경기도가 같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두 도시는 경기도의 행정지원을 받으며 ‘문화도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문화도시 지정은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창조적,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사업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화예술을 더 많이 향유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경기도의 오산·부천시가 ‘문화도시’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대 100억 원이 지원될 국비가 탐나서일 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시민·군민·구민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을 게 많아서일 것이다.

 

문화도시에 지정되려면 자치단체가 자체적인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계획이 문화체육관광부 심의위원회 승인을 받게 되면 해당 자치단체는 ‘예비도시’가 된다. 예비도시는 1년 간 예비사업을 벌여 중앙정부의 평가를 받는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문화도시’로 지정되며, 이후 5년 간 국비로 본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차 공모 때 조성계획 승인을 받아 예비도시로 선정된 자치단체는 10곳이다. 대구, 청주, 천안, 남원, 포항, 부산 영도구 등이다. 경기도에선 부천시 한 곳 뿐이다. 이들 예비도시의 예비사업에 대한 평가결과는 곧 나온다고 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제1차 문화도시가 발표되는 것이다.

 

그럼 인구 108만 명의 용인은? 용인시민들은 이런 물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청에 묻는다면 “문화도시요? 잘 모르겠습니다” 또는 “알긴 알지만 신청 안 했습니다”라는 답을 듣게 될 것이다. 용인시는 지난해와 올해의 1,2차 공모에 아예 응하지도 않았다. 지난해엔 부천시·의왕시 등 전국 19개 시·군·구가, 올해엔 오산시 등 25개 자치단체가 조성계획을 제시하며 ‘문화도시’에 도전했다. 인구나 예산 기준으로 용인보다 훨씬 작은 기초단체들도 여럿 경쟁에 뛰어들었다. 완주군, 강진군, 칠곡군, 성주군, 정읍시, 익산시, 밀양시 등이다. 이들 자치단체는 지난 한 해 많은 준비를 하고 나서 올해 신청했다고 한다. 시민·군민과 함께 조성계획을 만드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용인시가 지난 2년 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것은 문화도시에 관심이 없거나,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행정 역량이 안 된다”고 했다. 용인시 문화예술 사업은 일회성 행사나 공연, 이벤트가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모래밭에 물 뿌리고 마는 식이다. 이벤트 기획사들 지갑은 두툼해 지나 문화예술 수준은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행정은 늘 그렇고 그래서 시민들의 감탄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문화예술 저변이 확대될 리 없다. 축적도 잘 이뤄지지 않아 풍성함도 부족하다.

 

머지않아 인구 110만을 돌파할 용인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시장과 시 공무원,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용인의 일꾼임을 내세우는 분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용인은 자랑할 만한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다. 문화도시로 부상할 잠재력도 충분하다. 빈약한 것은 관심과 상상력, 창조력이다. 시를 이끄는 이들이 특히 그렇다. 시민과 함께 하며 지혜를 모으는 다른 도시들에게서 배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