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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최은진의 BOOK소리 155

어느 사이코패스의 사랑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

◎ 저자 : 캐럴라인 케프니스 /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4,300원

 

 

[용인신문] “좋아하는 건 소유해야 하는 거야.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너(You-원제)”에 대한 사랑. 한 사이코패스의 집요한 집착을 매혹적으로 그려낸, 섬뜩하리만치 치밀한 이 소설은 자연스럽게 영화 「미저리」를 떠오르게 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 진리이건만, 한 방향으로 늘 넘치는 것이 또 사랑 아닌가? 집착과 스토킹으로 타락해 버리는 사랑의 부작용은 살인이라는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정점의 순간에 숨막히게 스토리를 끊어주는 저자의 밀당 실력 덕에 숨 쉴 틈없이 읽힌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 전개와 책에 대한 지적 유희가 가득하다.

 

뉴욕 맨해튼의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에서 일하는 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벡에게 한눈에 반하고, 조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벡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하면서 공포와 비극은 시작된다. 벡의 스마트폰과 SNS를 파헤치고 이메일 도용을 통해 그녀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조. 그녀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착각과 상상으로만 키워가는 사랑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섬뜩하다. SNS를 혐오하면서 그것을 통해 스토킹하고, 똑같은 가구가 들어찬 악몽창고라면서 이케아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어두운 광기 위에 독서로 얻은 지적이고 우아한 신사의 모습을 덧입힌 주인공. ‘경계성 인격장애’를 겪는 것으로 짐작되는 그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듯 인터넷에 올리지 않고는 불안한 사람들과 그 일상에 간접적 살인무기인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 원하는 걸 얻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살인을 하는 조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모습은 닮아 있다. 조의 인간을 바라보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단면들은 저자가 이 소설의 주인공을 얼마나 공들여 완성했는지 보여준다. 광기어린 사랑의 대상인, 작가 지망생 벡을 그는 이렇게 평가한다. “너는 글 쓰는 것보다 작가 노릇을 하는 데 더 많이 투자를 한다”고. 이 말에 작가가 아니어도 찔리는 사람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부끄러워 마시기를. 인간의 본성이 그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