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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52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52

동물들의 미투(Me Too) 선언

사랑할까, 먹을까

 

저자 : 황 윤 /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5,000


 


국민 회식 메뉴인 삼겹살이 사라질 지도 모를 위기에 놓였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삼겹살 값을 걱정하고 있지는 않는지? 어느 날 TV에서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보게 된 저자. 돈가스 마니아였던 그녀가 깨달은 건 평생 돼지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놀라운 사실. 그리하여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녀는 어린 아들과 함께 돼지를 캐스팅하기 위해 떠나는데. 8년의 여정을 담은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의 생생한 제작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기=음식임을 당연시하는 우리에게 돼지가 교감 가능한 동물이라는 사실은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공장식 축산의 참혹하고도 비위생적인 현실을 알고 나면 당분간 고기맛이 뚝 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에 대해 발로 뛰며 보고 경험한 현실부터 외국의 여러 사례와 통계 등 여러 가지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동물권과 공장식축산, 채식주의에 대한 생각이 사려 깊은 문장 속에 촘촘히 담겨있다. 육식주의를 무조건 탓하지 않으려는 객관적인 관점과 배려가 엿보인다. 삼겹살이 빠진 회식 자리를 상상할 수 없고, 치킨이 국민 간식이 되어 있는 지금. 동물권과 육식에 대한 이야기는 불편하기에, 외면하고 싶어지는 주제이기에, 이 책이 편하지만은 않다. “돈가스를 사랑해야 할지 돼지를 사랑해야 할지 읽는 내내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그런데 그 불편한 마음이 좋은 신호란다.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인간이 크리스마스에 이 되어 죽을 운명에 놓인 <살롯의 거미줄>윌버의 공포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최근 연예인을 포함한 많은 유명인들이 채식을 커밍아웃을 했다. 물론 의견은 분분하다. 인간은 태초부터 잡식동물이며 동물이 안 된다면 식물은? 이라는 의견과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동물 학대를 넘어 극에 달했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최소한 우리가 먹는 고기가, 고기가 되기 전에 어떤 삶을 거쳐 우리에게 왔는지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