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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51

생각의 근육을 키우고 싶을 땐 죽음을 생각하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저자 : 김영민 / 출판사 : 어크로스/ 정가 : 15,000

 


민족 최대의 명절을 지내면서 스트레스 심한 건 주부만은 아니었을 터. 진작 전 국민이 읽었으면 하는 멋진 글이 있어 소개한다.


바로 김영민 교수의 칼럼인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되 물어라>. 취직은?으로부터 시작해서 결혼, 자녀 계획, 하다못해 남의 살덩이까지 다이어트 운운하며 관리하려 드는 친척들에게 멋지게 한 방 날려 줄 수 있었을 텐데.


반문과 비틀기, 날렵한 유머와 자유로운 사유로 일상의 진부함을 타파하며 본질을 향해 다가가는 김영민 교수의 첫 산문집. 책 제목이기도 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부터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주례사’, ‘추석이란 무엇인가까지. 신선한, 동시에 묵직한 질문들이 일상을 파고든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아침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라니? 얼마나 심각하고 무거운 설교를 하려는 거야?라는 생각은 접어두시라. 지루할 것만 같았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요즘말로 병맛(?)같은 유머코드에 킥킥대다가 보면 어느새 깊은 사색을 하고 있게 된다. “사유하지 않는 문장은 문장이 아니다는 것을 56편의 에세이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줄곧 나는 기다렸네/ 살짝 젖은/ 아스팔트의 이,/ 여름 냄새를/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라네.” 그의 문장은 이렇게 가볍게 다가와 심장 깊숙한 곳을 찌르며 말을 걸어온다. 그가 말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촉촉이 젖은 아스팔트 에서 여름향기를 훔쳐올 줄 아는 것!


매년 한두 번은 겪어야하는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나 설날, 난감하고 무례한 사람들의 질문공세엔 그의 조언을 따라 이렇게 답하면 된다. “결혼 안하니?”라고 하면 결혼이란 무엇인가?”, “가족끼리 이런 얘기도 못하니?”라고 하면 가족이란 무엇인가, “얘가 미쳤니?”라고 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로 답해보시라! 그의 말대로 정체성에 관련된 대화들이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지 누가 아는가? 행복한 사람은 그런 질문들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앞으로는 모두 명절에 고향가는 길이 가볍고 경쾌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