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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봄 눈ㅣ전동균

봄    눈

                전동균


걷다보니 구포시장 국밥집이었다

백년은 된 듯 허름했다

죽은 줄 알았던 김종삼(金宗三)씨가 국밥 그릇을 나르고 있었다

얼굴이 말갰다

눈빛도 환했다

여전히 낡은 벙거지를 쓰고 있었다

설렁탕이며 해장국이며 깍두기를 딱딱 제자리에 갖다주었다

뜨건 국물을 가득 부어주었다

공손하였다

두 병째 소주를 시키자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왼쪽 벽을 가리켰다

소주는 각 1

삐뚤삐뚤 아이 글씨였다

 

전동균 시인의 이번 시집은 존재와 부재, 순간과 영원, 소통과 불통, 삶과 죽음 등, 대립적 시각으로 일상의 실존적인 사실들을 독자 앞에 제시한다.

봄눈은 삶과 죽음을 상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넘나들며 노래한 시다. 죽은자인 김종삼을 호명하는 것으로 상상의 공간은 긴장감이 감돈다. 허름한 국밥집에서 홀 서빙을 하고 있는 김종삼은 살아 있을 때와 다르지 않다. 말간 얼굴과 환한 눈빛, 그리고 벙거지를 쓰고 있는 모습의 김종삼은 전동균 시인에게 각인되어 있는 생전의 모습이다. 딱딱 각을 맞춰 늘어놓은 반찬이며 뚝배기 가득 부어주는 국물이며 공손한 태도며 살아 있을 때의 김종삼이다. 그러나 김종삼은 두 병째 소주를 시키자 완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오래 살아 좋은 시를 쓰라는 죽은자의 명령이었을 것이다. 삐뚤삐뚤 아이 글씨로 써 붙인 소주는 각1은 김종삼의 동심이며 봄눈이다. 삐뚤삐뚤 속에 김종삼의 시심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갈지자 걸음의 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천진난만한 마음은 시인의 천성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다간 시인 김종삼은, 전동균 시인에게 닮고 싶은 시인이었을 것이고 흠모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구포시장에서의 한 때는 전동균 시인에게 봄눈이었다. 시집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