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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북소리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8

과학과 예술이 된 요리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저자 : 줄리언 반스 / 출판사 : 다산책방/ 정가 : 14,500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인 시대다. 작가 유시민은 가사노동 중에서 유일하게 창의적인 일이 요리라고 했다. 단순노동이 대부분인 집안일, 그래서 더 힘들고 지겨운데, 적어도 주방에서만큼은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해주는 걸 받아 먹어만 본 사람은 절대 모른다. 요리가 얼마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를. 또 그렇게 힘들게 탄생시킨 요리가 항상 맛있는 건 아니라는 걸.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이해 못한다. 요리는 정교한 과학이고 독창적인 예술이라는 사실을. 바깥일밖에 못하면서 음식 타박하는 사람들(요즘 그런 간 큰 남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이여. 정교하고 섬세한 손길로 예술을 하고 있는 주방의 아마추어 세프들에게 찬사를 보내시라!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의 작가 줄리언 반스, 뒤늦게 요리를 배우면서 경험한 놀라운 일들과 요리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에서 낱낱이 공개한다. ‘레시피대로하면 맛있는 음식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완벽한 요리를 고수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요리는 늘 어딘가에서 실패한다. 그 실패의 원인으로 두루뭉술한 레시피와 불친절한 요리책을 탓한다. 한마디로 요리를 책으로 배우면서 겪는 좌충우돌 경험담인 셈이다. 이 깐깐하고 비판적인 작가가 책상이 아닌, 부엌에서 보여주는 서투른 모습에 인간미가 솔솔 풍겨온다.

신혼 때 요리책 한 권 안 사본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여 최대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욕심에 산 요리책. 레시피 보고 그대로 따라 한 갈비찜이 고무처럼 질겼던 기억 같은, 실패한 요리담 하나쯤은 다 있을 것이다. 늦은 나이에 주는 밥만 꼬박 받아먹던 남자가 좌충우돌 요리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맘대로 되지 않아 억지 부리고 투덜대는 장면에선 귀여운 남자어른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나는 그저 먹고 죽지 않을 요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니, 이 시대 진정한 대세남이다! 한 번도 요리해 본 적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주방으로 발길을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