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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통킹만 사건과 드러난 역사적 진실

김민철(자유기고가)



[용인신문] 196487일 미합중국 연방의회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에게 베트남에서 전쟁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중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전대(戰隊)는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인 82, 사건발생 30분후 북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융단폭격을 개시했다. 미국이 베트남을 대대적으로 침공하게 된 배경은 이른바 통킹만 사건이 발단이다. 82일 남중국해 베트남 연안 공해 상에서 정찰중인 미 해군 구축함 매덕스(Mddox)가 북베트남의 어뢰정으로부터 공격당했다고 존슨 행정부는 발표했다.


미 언론은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북 베트남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미 의회는 전쟁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일임했고, 존슨은 즉각 대규모 전투병력 투입을 명령했다. 한국도 미국의 파병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참전했다. 베트남과 미국의 본격적인 전쟁은 이후 10년간 벌어졌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 이전 10년 전부터 사실상 베트남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베트남-미국의 전쟁은 무려 20년간이나 진행된 것이다. 전쟁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묵살되었다. 뉴욕타임스는 통킹만 사건의 전모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조로 의혹을 제기했으나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71년 뉴욕타임스는 통킹만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는 중대한 사실을 보도하였다.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반전운동이 일어났다. 다급해진 닉슨 행정부는 1972년 북베트남과 협상에 나서 1973127일 파리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철수를 단행했다. 1975430일 사이공이 함락되고 베트남은 통일되었다. 케네디에 이어 존슨 행정부 국방부장관으로 전쟁을 수행한 로버트 맥나마라는 1995년 통킹만 사건의 진실을 고백하면서 인도차이나전쟁 30년 동안 16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한국에서도 천안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에 의한 폭침과 좌초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자칭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갈등이 태평양만큼이나 넓고도 깊다.


최근 일제강점기 의열단과 조선의용대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에 헌신한 약산 김원봉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김원봉의 서훈과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측은 평생 독립운동으로 일관해온 약산의 공적을 마땅히 기려야 한다고 말한다. 서훈에 반대하는 측은 김원봉이 월북하여 북한의 국가검열상과 노동상을 지낸 전력을 들어 문 대통령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있다. 김원봉이 북한정권에 몸담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김구 김규식과 함께 통일국가 수립을 위한 남북협상회의 참석차 평양에 간 김원봉은 돌아오지 않고 북한에 남았다. 김원봉은 1958년 숙청되어 11, 정치범수용소에서 사망(자살)했다고 알려졌다. 일제가 체포하기 위해 80만원(240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총력을 기울였으나 잡지 못했던 약산 김원봉은 해방된 조국에서 악질 친일파 경찰 노덕술에게 체포되어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다. 당시 약산은 화장실에서 용무를 보던 중이었는데 바지춤도 못 올리고 개처럼 끌려갔다고 한다. 3일 밤낮 식음을 전폐하고 대성통곡한 김원봉은 남북협상단의 일원으로 방북했고 북한을 선택했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분열과 반목을 일삼다 공금횡령의 죄목으로 탄핵 파면된 이승만 정권하에서 약산이 배겨날 재간은 없었다. 김원봉이 서울로 돌아왔다면 여운형 김구와 같이 암살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서훈에 반대하는 것은 자유다. 반대하는 것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반대를 하더라도 원인과 배경을 면밀하게 살펴 역사적 진실만큼은 왜곡하지 말았으면 한다. 보수와 진보를 자임하며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대 정치세력과 언론에 역사의 진실을 보려면 두 눈으로 보라고 당부한다. 조작된 사건은 시간이 문제일 뿐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통킹만 사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