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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박람회서 ‘대통령상’… 최고의 힐링하우스

윤선자·양해용씨 부부 전원주택(용인 처인구 이동읍 묵리)




[용인신문] 용인시 면적은 591.32로 서울특별시와 비슷하다. 반면, 인구는 106만 명으로 1/10수준이다. 40만 세대의 시민들이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난 20년간 용인의 가장 큰 변화는 주거 문화다. 아파트가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자초했다. 그런데 탈 아파트를 감행, 새로운 삶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전원주택에 산다에서는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 또는 자발적 지원을 기다린다.<편집자 주>


진입로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집의 첫인상은 숲속의 수목원을 닮았다. 정원을 다 돌아본 후엔 마치 버몬트 숲속, 비밀의 화원 같은 타샤의 정원분위기를 연상하게 된다.


용인시청에서 출발하면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인 처인구 이동읍 묵리 계곡 상부의 굴암산 자락에 있다. 용인에서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용인신문이 새롭게 시작한 연재코너에서 첫 번째로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기 때문임을 먼저 밝혀둔다.


         


이곳이 바로 20181회 아름다운정원 콘테스트에서 산림청이 단독주택 실외 정원을 대상으로 주최한 나의 정원부문에서 금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윤선자(65)씨의 채운의 뜰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조경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약 3300의 정원에 토질과 기후를 모두 감안해 야생화를 심는 등 자연과 어우러진 정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했다. 처음 심사위원들이 실사를 왔을 때 첫마디는 이거 개인이 한 게 아니네였다고. 하지만 꼼꼼히 다 돌아본 후에야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윤씨 부부가 온전히 만들어낸 작품임을 알았다.


앞서 2015년에도 아름다운 정원을 찾습니다.”라는 경기도정원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한바 있다. 윤씨의 언니가 조카를 시켜 인터넷에 응모를 하면서다. 갑자기 경기도에서 전화가 오더니 심사위원들이 1,2차까지 정원 실사를 왔다. 이때, 성남시의 어느 정원과 공동으로 금상을 수상하게 됐다. 윤씨는 그때만 해도 별다른 부담을 못 느꼈는데, 3년 후 대통령상을 받은 후엔 책임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정원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내자를 동반하는 조건으로 가끔씩 정원을 오픈하고 있다.


물론 정원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한 적은 없다. 다만, 몇 년 전 딸의 결혼식을 이곳에서 치렀고, 이따금 지인들을 초청한 가든파티나 음악회 등을 연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장으로 빌려줬다가 잔디 보수 때문에 곤욕을 치룬 적도 있다.


이정도 수준이면 기자가 보기에도 조경 전문가의 손길이 닿았을 법 했다. 하지만 윤 씨는 상을 받기 전까지는 국내외 유명 식물원 한번 가본 적이 없단다. 대신 이곳의 토질과 기온, 그리고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해 정형화된 정원이 아닌 자연스러움을 추구한 결과다. 정원에 쇠뜨기나 애기똥풀이 보이는 이유다. 윤씨 부부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이미 전문가 중 전문가가 된 셈이다.


개인주택 정원임에도 영화나 TV드라마 촬영지로 각광 받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정원 분위기 때문이다. 17년 전, 집을 짓기 위해 강원도를 비롯해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맘에 드는 터를 물색하던 중 다행히 사업장과도 가까운 이곳을 만나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집을 짓기 전부터 설계자에게 앞뒤 산의 환경과 어긋나지 않도록 최대한 자연친화적인 설계를 당부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지만 일부 전원주택들을 보면 인근 자연환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오히려 경관을 해치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정원 가꾸기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윤씨는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심은 것 뿐이고,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크고 화려한 정원들에 비해 석물 등이 적은 느낌이라고 하니 돈이 없어서 작품을 못 산 것이라며, 절제의 미덕을 웃음으로 대신한다. 원래 본업이 가정주부였다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윤씨. 고단한 삶속에서도 식물이 주는 휴식이 제일 좋아 정원을 가꾸게 됐다고. 아울러 그녀는 대화마다  항상 반려자이자 도반인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조용히 드러내는 센스를 잊지 않았다.


그녀에겐 정원의 사계절이 모두 새롭고 사랑스럽다. 한겨울 눈 쌓인 정원까지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꽁꽁 언 땅 밑에서 생명이 숨을 쉬며 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엔 새싹이 올라오고, 가을엔 낙엽 날리는 소리까지… 정원 정취에 푹 빠져 문을 열어 놓기 일쑤다.  그래서 이번 취재에서는 야생화 꽃그림이 가득한 아름다운 실내 분위기에 대해서 논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 집에 정원사가 있느냐고 물으면, “있다고 말한다. 정원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녀와 남편 둘뿐. 3300에 이르는 정원 중 어느 한 곳을 뒤엎고, 생태와 지형을 바꿀 때는 아직도 설레고 좋다. 하지만 이젠 손이 덜 가는 정원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전원주택의 최대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남편 양씨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집에만 오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17년을 살면서 똑 같은 마음이란다. 처음엔 시골 사는 엄마 아빠를 이해 못했던 자녀들도 이젠 서서히 전원주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슬하에 둔 12녀는 모두 집을 떠났지만, 이젠 손주 녀석들을 데리고 올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양씨는 정원 가꾸기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다. 노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적당히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일찍부터 전원주택에 사는 게 꿈이었고, 이젠 그 꿈을 이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내 윤씨가 집을 한 번 더 지어보고 싶다는 희망을 밝히자 남편 양씨는 집을 한번 지으면 최소 5년은 돌봐야 자리를 잡는데, 나이 먹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론한다. 그런데 기자가 이들 부부의 열정을 느낀 대로 말하자면, 아내의 희망대로 이뤄질 것이라는데 한표를 던지고 싶다.


전원주택의 상징인 정원을 이토록 아름답게 가꾼 선남선녀를 누가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원을 산책하는 이들 부부와 어스름이 내리는 정원 풍경이 참으로 잘 어울렸다. 인터뷰 내내 흘러나오던 멋진 음악과 각종 새소리, 그리고 굴암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저녁 어스름과 채원의 뜰이 품고 있는 고요한 조화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기억 속을 떠돌았다.


전원주택에 사는 특권은 무엇보다 먹고 사는 것을 편하면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이들 부부의 진단이야말로 전원주택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해답이 아닐 런지.</사진: 김종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