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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나무 아래 고요히-오규원 선생님을 그리며ㅣ임후남


나무 아래 고요히-오규원 선생님을 그리며

임후남

 

소나무인가, 굴참나무인가

발목에 달고 있는 작은 번호표만 보느라

미처 그것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

 

이젠 돌아가야지

다시 길을 물어 와야지

앞으로도 뒤로도

젖은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맞아도 아픈 것은

나무가 아니라 비다

 

그래도 나무들아,

누가 그를 잠재우고 있느냐

돌아서서 소리치려는데

그의 이름이 빙긋이 웃는다

이름표를 가슴에서 찾아야지!

큰 소나무가 이름표 하나 달고

물기 머금은 몸을 열어

제 집에 잠든

그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진흙투성이 내 신발을 닦아주고 있다



임후남은 오규원의 서울예대 제자다. 스승의 수목장지를 찾아가 나무에 매단 번호표를 확인하는 중이다. 나무의 발목에 스승의 번호표는 달려 있을 것이지만 나무들은 번호표를 선듯 내어놓지 않는다. 제자의 안타까운 마음은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다시 길을 물어 와야지에 이른다. 그렇게 다시 오르는 영혼들의 숲에는 앞으로도 뒤로도/젖은 나무들이/길을 가로막는다’. 젖은 나무는 스승의 은유일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눈물을 차마 볼 수 없어 되돌려 보내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나무들은 비에 젖어 숙연하고 스승의 영혼이 숨쉬고 있는 나무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된다. .

제자는 누가 그를 잠재우고 있느냐고 소리치려는데 그의 이름이 빙긋이 웃는다/이름표는가슴에서 찾아야지!’ 스승은 생시처럼 따뜻하다. 그렇다. 죽은 자의 이름은 나무에 살지 않고 산자의 가슴에 살아 있는 것이다. 김윤배/<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