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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예천군의회’와 기초의회 무용론


예천군의회 막장 해외연수 논란이 기초의회무용론으로까지 확산됐다. 해외 연수 중 일부 의원이 현지 한인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성 접대부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국제 망신과 지역 망신을 자초한 의원들에게 해당 지역 군민들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원들은 형식적인 사과로 일관, 의원직을 버티고 있다. 급기야 예천군 밖에서는 예천 농산물 불매운동으로 압박, 의원직 사퇴까지 종용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 폭행 피해자인 현지 가이드는 로펌을 통해 폭행 당사자와 방조한 의원 및 예천군의회를 상대로 500만 달러(56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간신히 화가 수그러들던 예천군민들은 다시 한 번 공분하고 있다. 로펌 측은 현재 캐나다 사법당국이 형사사건 수사를 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형사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의뢰인의 육체적정신적징벌적 피해를 보상 받기 위한 민사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약 로펌 측이 승소 한다면 혈세로 500만 달러를 물어줘야 할 판이다.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전국의 시군의회 의원들 역시 매우 불편할 것이다. 최근 갑질 논란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대서특필된 사건일 뿐, 그간 공공연한 비밀처럼 덮어진 의원들의 추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기초의원 뿐만 아니라 광역의원과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리라.


용인시의회 또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던 사건이 적지 않았다. 기자는 제1대 용인군의회 시절부터 20여 년간 의회를 출입했다. 아직도 시의원 원조교제, 스카프 절도사건 등은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처럼 SNS가 활발했다면 어떠했을까. 이밖에도 폭행, 성추행, 음주운전 등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의원정수가 늘어 과거처럼 개개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언론 노출 빈도수가 줄어 존재감이 적다. 그래서인지 의정활동도 과거처럼 두드러지진 않는 게 사실이다. 의정활동이 생계형(유급화 이후)으로 변한 탓도 있다. 의원들은 정당(공천권자)에겐 을이지만 공직사회(공직자들)에는 갑으로 군림한다. 실제, 이를 의원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시민(유권자)들이 갑이어야 한다. 공직자들 역시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조직의 일원일 뿐, 절대 갑이다. 선거 출마 때마다 시민의 공복이니 머슴이니 떠드는 게 결국, 스스로 이 되겠다는 선언 아니었던가.


8대 시의회도 상반기 의장단 선거 후유증으로 무려 70일간 정상적인 개원을 못했다. 정당 간 자리싸움에 연연, 파행으로 시민들을 무시했으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의 폭행사건보다 더 큰 범죄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라도 진정 시민을 갑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몇몇 사건 때문에 기초의회 위상이 흔들릴 수는 있으나 존폐를 거론할 만큼 심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 생활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아니면, 철저하게 정당 투표제를 통해 분야별 비례대표제로 바꾸어야 한다.


용인시 인구가 100만 명을 넘었다. 이중엔 수많은 인재들이 숨어 있다. 숨은 인재들이야말로 보석들이다. 정치 집단 스스로 선거제도를 재정비해 우리사회의 전문가들을 지방자치와 국정운영의 인재로 끌어들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을 재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자질론 중 도덕성이 제일 중요하지만, 도덕성 역시 전문성을 전재해야만 효용성이 발휘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