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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의 BOOK소리 133


최은진의 BOOK소리 133


대중문화로 읽는 지금 여기 괴물의 표정들


우리 괴물을 말해요

저자 : 이유리, 정예은 / 출판사 : 제철소 / 정가 : 16,000



우린 본 적도 없는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시절부터 들어왔다. 동화책엔 늘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괴물이 등장했고, 결말은 늘 괴물의 파멸이었다. 왜 인간은 그렇게 다양한 괴물들을 상상까지 동원해서 만들어내고 서사를 꾸며왔을까? 이 책은 인간의 공포가 만들어낸 괴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접했던 여러 괴물들을 끌어와 낯설지 않은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과 인간의 심리를 기초로 해석한 괴물의 본질엔 인간의 심연에 자리잡은 본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괴물들이 총동원된다. 소설, 영화, 만화, TV 드라마 등 대중문화 속 대부분 괴물은 괴기스런 얼굴을 한 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생명체라든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우리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존재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는 괴물은 반드시 눈에 띄는 흉측한 모습을 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 불멸하는 매혹자 뱀파이어, 워킹데드의 좀비, 영화<괴물>에 나오는 외모만으로도 그야말로 괴물인 것들도 있지만 섬뜩한 이면을 숨긴 다정한 이웃 사이코패스도 있다. 그리고 도처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는 이 거대한 세계 자체가 어쩌면 괴물일 수 있다고.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어쩜 괴물의 뱃속일 수도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한다.


괴물을 보며 느꼈던 공포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결국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들. 그래서 니체는 괴물과 싸울 때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경고를 했나보다. 이 책은 내재된 공포와 상상력의 합작물인, 괴물이 어떤 의도와 비밀을 가지고 만들어졌는지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름이 영혼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믿었단다. 이 책을 읽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괴물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그것과 서로 닮은 데가 있는, 하지만, 그것에 맞설 나약하지만 또 강인하기도 한 우리의 영혼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