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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ㅣ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대흠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이마에서 북천의 맑은 물이 출렁거린다

그 무엇도 미워하는 법을 모르기에

당신은 사랑만 하고

아파하지 않는다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

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

 

누군가 북천으로 가는 길을 물으면

당신은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거기 이미 출렁거리는 북천이 있다며

먼 하늘을 보듯이 당신은 물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는 순간 그는

당신의 눈동자 속에 풍덩 빠진다

 

북천은 걸어서 가거나

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신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고

걷거나 헤엄을 치다가

되돌아나온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

 

이대흠이 말하는 북천은 지리적으로는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을 이를 것이지만북천은 걸어서 가거나/헤엄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당신의 눈동자를 거치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노래한 것으로 보아 상상의 공간인 것이 분명하다. 북천에서 온 당신은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사랑만 하고 사랑이 깨진 후에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했으므로 아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더 없이 착한 사람이다.

이 작품의 압권은 당신의 말은 향기로 시작되어/아주 작은 씨앗으로 사라진다라는 문장이다. 시가 가치지향을 드러내면 향기가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대흠은 가치를 손가락으로 가르키지 않으면서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를 반성케 한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