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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ㅣ김중일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

                                    

김중일

 

아주 작은 새가 있었다.

먼지보다 작은 새였다.

제 그림자로 세상을 고이 덮으려했던 새였다.

깊고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가 있었다.

날 새도록 새는 날고 날았다.

날개가 바람에 다 녹아 버려서 그만 하늘에 스몄다.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었다.

우리는 모르는 새 그 새의 그림자를 입고 살았다.

우리도 날개가 다 녹도록 날았다.

새와 함께 파란 하늘이 되었다.

결국 그 새는 세상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다다랐다.

희생자의 무덤 위였다.

 



김중일은 먼지보다 작은 새가 있었다고 노래한다. 먼지보다 작은 새가 있을까. 그렇게 작은 몸으로 세상을 고이 덮을 수 있을까. 깊고 깊은 높이가 있을까. 그렇게 날아오른 새가 있을까. 날개가 바람에 녹는 새가 있을까. 녹아서 하늘에 스며 하늘이 되는 새가 있을까.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는 것은 하늘일까. 새의 영혼일까.


깁중일의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는 질문 가득한 시다.‘아주 작은 새깊고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이다. 이 시의 비의가 숨어 있는 문장이다. 먼지보다 작은 새는 영혼이다, 영혼이 아니면 그렇게 작은 몸으로 세상을 덮으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김중일은 지금 영혼의 찬가를 부르는 중이다. 그 영혼은 희생자의 영혼이다. 어떤 희생자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짐작할 수는 있다.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고귀한 희생자들을 떠올리면 된다.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젊은 영령들, 독재정권의 타도를 외치다 죽어간 젊은이들, 항일 독립투사들, 훈병이 잘못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친 교관, 바닷물 속에서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학생들 눈동자를 끝까지 지켰던 선생님 등 생각하면 희생자들은 다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김중일은 세월호에서 꽃다운 생을 마친 어린 학생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영혼들이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어 부드럽고 따듯한 세상이 된 것이라고 것이라고 노래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동안 우리들은 그새의 그림자를 입고 살았다고, 그 슬픔의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고, 어린 영혼들의 초혼가를 부르며 살고 있었다고, 그러는 동안 우리들의 날개도 다 녹아 파란 하늘이 되었다고 비통해 한다. ‘결국 그 새는 세상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다다랐희생자의 무덤 위였다고 끝맺지만 노래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어떤 희생이던 그 희생자들의 고귀한 정신은 우리들의 삶을 비추는 찬란한 빛이다. 그 빛이 있어 낮과 밤이 있는 것이다. 그 빛이 있어 사회는 따뜻해지는 것이고 그 빛이 있어 우리들의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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