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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부에니 비스타 소셜 클럽ㅣ이기영


부에니 비스타 소셜 클럽

이기영

 

오래된 악사들과 귀에 익은 째즈와

스끌벅적한 서른 아홉 체 게바라와 스물 일곱의 이상이 있다

 

부르주아적 시가를 피우는 이상과 노동자의 술 모히또를 마시는 체 게바라

 

절인 청새치와 코히마르 해변에 뜬 붉은 달을 말하면

어린 여인들의 앳된 입술과 꼬치니로cochinillo에 대해 입맛을 다신다

 

혁명은 주방장이 추천한 부에니 비스타 소셜 오늘의 아기 통돼지 바비큐보다 못하고

달아나지 못한 열 세 명의 아해들은

가난한 생일 파티가 열리고 있는 마술사의 입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

-나는 알토 쎄드로에서 마르카네로 가고 쿠에토에 도착한 후에는 마야리로 가

인생에 흐르는 힘 어쩔 수 없다네*

 

시인도 못 되고 내일의 혁명가는 오늘의 혁명을 모르는

불온한 승객들은 이 밤 또 어디로 다 흘러가나

 

그와 그가 감쪽같이 사라진 오, 쿠바!

*‘찬찬의 노래 가사 중에서

 

이기영은 세계를 열광 시킨 부에니 비스타 소셜 클럽의 히트곡 찬찬를 흥얼거리며 이 시를 썼을 것이다. 쿠바 혁명 후 부르조아 음악은 사라졌고 대중을 사로잡던 뮤지션들은 구두닦이가 되거나 담배 공장의 노동자가 되거나 무직자로 전락했다. 잊혀진 쿠바의 대중음악을 되살려낸 사람이 미국의 프로듀서 라이 쿠더였다. 1996년에 결성되어 단 6일간의 즉흥 녹음으로 완성한 앨범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다.

그들이 연주하는 클럽에 체 게바라와 이상을 출연시킨 시인이 이기영이다. 체 게바라는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흐, 니콜라스 기옌, 레온 피리빼 등의 시를 필사해 배낭에 넣고 다니며 혁명을 위해 싸웠다. 그의 혁명은 실패하지 않았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상은 시의 혁명가지만 미완의 혁명이었다. 혁명이 바비큐보다 못하다고 할만하다. 열 세명의 아해들이 마술사의 입속으로 사라진 것은 이상의 시세계가 미완의 혁명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거라고 읽힌다. 찬찬에서 인생에 흐르는 힘 어쩔 수 없다고 노래하지만 우리들은 체 게바라도 이상도 감쪽같이 사라진 시대를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