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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 같이ㅣ김명수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 같이

김명수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나무와 풀잎과 이슬과 바람

황무지 흙먼지 별빛의 언어

대지와 지평선 새들의 말

 

물결은 뭍으로만 차지 않지만

바다에 출렁이는 물결같이

기슭에 휩쓸리는 파도같이

세계는 그대 앞에 펼쳐졌건만

 

부서진 파도는 되밀려가네

허공에 입맞춘 타는 그 입술

메마른 입술이 입 맞춘 허공

병사들, 병사들 모든 병사들

 

언제나 무거운 물음같이

원망(遠方)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

어제도 오늘도 모든 병사들

    

 

@김명수는 자연의 모든 소리들을 듣고 있다. 아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시인은 그걸 의심한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는 무엇이며 타는 입술이 입 맞춘 허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는 광활하여 기슭에 휩쓸리는 파도처럼 격렬한 투쟁이 있을 것이고 바다에 출렁이는 물결같이 쉬 잠들지 못하는 역사의 출렁임이 있을 것이어서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통했다고 믿는 민족 간의, 국가 간의, 계층 간의, 자연과 인간 간의 불화는 무엇이란 말인가? 시인의 고민은 그러므로, 세계적인 크기를 갖는다. 이와 같은 불화의 뒤에 병사들이 있다. 불화가 깊을수록 병사들의 역할과 힘은 커지고 세계 시민은 두려움을 갖는다.

언제나 무거운 물음은 온전히 시인의 몫이다. 불화는 세계인의 것인데 물음은 시인의 것이어서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 대답도 시인의 몫이다. 그 대답이 병사들이다. 여기서 병사들은 국가를 위해서 혹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서 도시를 파괴하고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을 넘어 내전으로 내몰린 소수민족들, 권력에 의해 유린당하는 벌거벗은 생명들, 고무보트나 낡은 배에 올라 생사를 넘나드는 난민들이 모두 병사들인 것이다. 불화하는 세계의 모든 분쟁지역의 벌거벗겨진 생명들에게 던지는 물음이 마른 입술이며 허공이며 모든 병사들인 것이다 김윤배/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