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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효(孝)-7



권위주의시대에서 자유주의 시대로 바뀌고, 농경사회에서 과학문명이 발달한 산업시대로 바뀌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되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우리는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 가운데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효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는 단지 가정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효와 사랑과 질서를 상실하면서 사회적 폭력과 우울증, 패륜 등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인성 상실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용인신문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생각하는 효, 내가 실천하는 효, 효에 얽힌 추억, 설화, 장유유서의 미덕 등 우리 사회를 좀 더 정 넘치게 할 수 있는 경험담과 일화 등을 발굴 연재함으로써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인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 신 삼강행실도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이옥배 한국여성농업인회 경기도연합회 수석부회장

 


내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지금쯤 바로 이런 모습이겠지 하며 어르신들을 방문해서 지금의 내 나이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던 친정어머니와 7년쯤 후 따라가신 친정아버지의 늙은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지금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내 부모님에게 다하지 못했던 효도를 대신하며 정성을 다합니다. 가끔씩 친정동네 마을회관에도 방문해서 이야기 나누시는 어르신들에게 과일과 음료수를 전달하며 나 스스로 위로 받기도 한답니다.”


스물넷 어린나이에 여섯 형제의 막내로 돼지 키우고 농사일하던 남편에게 시집왔다. 작은 가게를 운영했던 시어머니와는 시집가던 날부터 함께 생활했다. 한창 나이였지만 집안일 하다보면 바깥 외출은커녕 하루 시간이 모자랐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임신 중 산부인과에 검진 받으러 다녔던 것이 유일하고도 기다려졌던 외출이며 낙이었던 것 같다.


시어머니가 막내부부와 사는 것이 조금 이상하단 생각도 했지만 원래 시집오기 전 친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한집에서 생활했었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당시 나를 앉혀놓고 할머니는 어머니의 흉을, 어머니는 할머니의 못마땅했던 내용을 이야기 했지만 혼자 듣고 옮기지 않으니 두 분은 내게 얘기하는 것으로 못마땅한 마음을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다보면 가끔 의견 충돌도 있고 고마울 때도 있다. 한 가정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런 일이다. 직장 때문에 따로 살고 있지만 가끔씩 시어머니를 찾아왔던 남편 형제들은 그런 막내를 응원하며 나를효부라고 칭찬했다. 내 아이들도 생활에 적응했고 시어머니 돌봄에 엄마가 힘들어하면 함께 거들며 도와줬다. 자연스런 효 학습이 됐던 것 같다.


시간여유가 생기고 생활에 자유가 생기면서 동네 부녀회장을 맡았다. 노인정에는 커피와, 고기, 밑반찬 등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후 한국여성농업인회 용인시회장을 지냈고 여성단체협의회장도 지내며 용인시 발전에 나름 공헌 했다. 지금은 한국여성농업인회 경기도연합회 수석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언젠가 부터 사회복지 공부도 했다. 늦은 나이였지만 열심히 공부했고 노인복지부문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역의 독거어르신 댁을 방문해서 말벗을 해드리고 집안정리 및 청소, 간단한 간식도 만들어 드린다. 대화를 하다 보니 자녀들이 있는데도 혼자 사는 어르신은 이유가 있다. 며느리 눈치 보기 싫어서, 아이들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내 힘으로 살 수 있는 한, 밥 먹을 수 있는 한 혼자 사시겠단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고 부모님을 생각했고 다니면서 깨달은 것은 효는 의외로 간단하다는 것이라며 서로 함께 살며 때론 좋은 일로 같이 웃고 싸울 일은 부대껴가며 좋은 정, 싫은 정을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용인신문 -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