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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화음을 어떻게든ㅣ박라연


화음을 어떻게든

                                         박

 

어머니! 겨울이 코앞이네요

저는 세상이 모르는 흙, 추운 색을 품어 기르죠

길러낸 두근거림을 따서 바칠게요

개나리 다음엔 수선화 그다음엔 꽃잔디로 붉게

채워질 때쯤 눈치 챌까요?

꽉 찬 이 두근거림을

 

여울진 꽃잔디에 목이 더 길어진 수선화는

군락으로 번지며 나비처럼 날아요 시름을

찾아내 바꿔치기하죠

(.......)

 

화엄은 너무 멀겠죠? 화음이라도

어떻게든 보여주려고 사람 몸에 꽃을 보낸신 것

나팔꽃 채송화 분꽃으로 와서 가늘고 낮은

야근하는 손을 잡는 것

 

그 마음 그대로 가을에 넘겨 줄래요

눈시울 붉어지면 백일홍을 보면서 느껴요 가을의

꽃은 가장 먼 곳부터 두근거리는 가을 햇살인 것

 

근심을 씨앗으로 바꾸는

저 해바라기와 그늘 아래서는 세상을 더는

욕하지 않을래요

어머니!

 

박라연은 폐가와 무덤의 수가 마을 사람 수보다 점점 많아지는 산골마을로 이사 해 살고 있다. 폐가의 벽을 뚫어 창을 내고 토라진 땅을 삽질하고 호미질 해 일구어 꽃 천지로 바꾸었다. 화음을 어떻게든은 그 꽃밭의 이야기다. 그녀가 호명하는 어머니는 백수를 누리고 계신 시어머니일 것이지만 이 시에서는 대지로 읽힌다. 대지가 주는 기쁨과 감동과 감사와 두근거림이 곳곳에 묻어나는 작품이다. 겨울이 품고 있는 언 흙 속의 두근거림은 개나리와 수선화와 꽃잔디다. 이어서 터지는 수선화는 시름을 잊게 하고 꽃 핀 세상은 화엄이지만 저 아름다운 꽃천지는 화음인 것이 분명해서 사람의 몸들로 치환되는 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더는 세상을 욕하지 않겠다는 박라연 시인이다.

김윤배/시인

<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