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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효(孝)-6


 

권위주의시대에서 자유주의 시대로 바뀌고, 농경사회에서 과학문명이 발달한 산업시대로 바뀌고,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되는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우리는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다. 그 가운데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부모 자식 간의 사랑과 효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는 단지 가정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효와 사랑과 질서를 상실하면서 사회적 폭력과 우울증, 패륜 등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인성 상실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용인신문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내가 생각하는 효, 내가 실천하는 효, 효에 얽힌 추억, 설화, 장유유서의 미덕 등 우리 사회를 좀 더 정 넘치게 할 수 있는 경험담과 일화 등을 발굴 연재함으로써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인성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판단 신 삼강행실도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김순곤(포곡농협 조합장)

 



학창시절엔 책을 제법 읽었지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다보니 나중엔 인문학 서적도 많았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생활속에 실천했던 책 읽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요즘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 모두 먹고 살기 위한 수단만을 아이들에게 주입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자신이 생각했던 바와 다르게 일이 풀리지 않으면 극복하기 보다는 피해가기에 급급하게 됩니다. 당연히 인성 형성에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인문학을 무시하는 교육,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오직 먹고살기 위해서 출세 지향적 입시교육에만 매달리는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사는데 필요한 수단만 배울 뿐, 정작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사람다운 삶의 방식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김순곤 포곡농협조합장은 말한다.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에 인문학을 접하면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때로는 인문학이 따분하고 복잡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살면서 난관이 닥칠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마음의 근육을 길러준다.


그러나 살아가는 수단만 배울 경우 생각이 단순해서 매사 직선적일 수밖에 없고 장애물이라는 사고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장애물을 극복하기 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제거하려는 생각만 갖게 된다. 당연히 인성 형성에 문제가 생기고 사회생활도 어렵다.


김 조합장은 입시위주로 치닫는 학교 교육과는 달리 가정교육에서라면 아이들의 인성을 풍성하게 가꿔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늘 시간에 쫓기는 요즘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을 내기 쉽지는 않겠죠.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효도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는 것은 오히려 반항심만 불러일으키고 역효과를 내니 부모가 직접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김 조합장은 자신이 부모님을 정성껏 모시는 모습을 보며 딸도 효를 배웠고, 조부모에 대한 사랑도 깊었다고 말한다.


누나는 살던 곳과 제법 떨어진 다른 곳으로 시집갔다. 형과 동생이 앞집, 옆집에 살았고 김 조합장은 형제들 중 둘째였다. 당시 부모님이 건강하던 때였고 자식들이 모시는 것을 생각하기 전에 한 마을에 모여 사는 3형제의 집을 부모님 맘대로 다니며 살았다.


당시만 해도 아버지 세대는 맏아들을 중요시 하던 세대였기에 잠을 자는 곳은 항상 형이 거주하던 김 조합장의 앞집이었다. 하지만 지내는 곳이 자유로웠기에 김 조합장 형제들 각각의 자식들인 손자들과도 오히려 당신의 자식들보다 더 스스럼없이 가깝게 지냈을 정도다.


5일장이던 모란장이 서는 날이면 손자들을 데리고 장 구경 시켜주신다며 손잡고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함께 나가면 아이들 손에는 항상 맛있는 먹을거리가 넘쳤을 정도다. 아이들이 크면서 아버지 혼자 장에 가는 날이면 양손에 먹을거리를 가득 들고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셨던 것 같다.


잠시 아버지가 형과 함께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아버지 생각이 장남과 함께 지내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계셨기에 김 조합장 딸인 당신의 손녀를 보내 설득했고 허락을 받아낸 것도 조손간의 화목했던 관계를 반증한다.


이미 오랜 일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지냈던 방을 딸이 사용하게 됐던 적이 있었다. 딸이 문을 닫고 지내는 것을 보고 답답하지 않으냐는 김 조합장의 질문에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그 냄새라도 오래 공유하고 싶어서 문을 닫고 있었다는 대답을 듣고 뭉클한 적도 있다.


주위에서 효부라고 칭하지만 효부라는 소리가 과분하다며 극구 사양하는 부인은 옆에 계셨기에 든든했고 만들어 주시던 음식들이 지금도 생각난다고 오히려 특별히 잘 모시는 주위의 다른 며느리들을 보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효를 행했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살았다고 내가 효부면 효부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단다. 지금은 형수님이 음식도 나누는 등 어머니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도 김 조합장은 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학교입시 담당교사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의 중점적인 교육방침을 설명했다. 딱 한 가지 우리학교는 아이들의 인성을 중요시합니다. 학교를 졸업하면 아이의 인성이 많이 살찌워져있을 겁니다.” 이 한마디에 다른 생각 하지 않고 바로 입학원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김 조합장은 고등학교 은사님의 이야기도 전했다. “자식 귀엽다고 자식이 어려워하는 일을 무조건 해결해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할 바에는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해주는 것이 옳다.


군 생활에 대한 그의 의견도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 경험하는 게 좋다, 나쁘다 등 다를 수 있겠지만 그는 남다르다.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용인신문 -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