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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살롬 2ㅣ정한아


살롬 2

           정한아

 

웃지 않는 여자 거지 김태희가 나는 좋아

김태희는 만두가게 청년들이 붙여준 이름

밤새 축구 보고 감자탕집에서 나오다 만난 김태희

역전 벤치에 양반다리로 앉아 해돋이를 보고 있었네

집이 없는 김태희

신들린 김태희

만두가게 청년들이 사주는 만두를 먹고

웃지도 울지도 않고 옛 구로공단 근처를

종일 길고양이처럼 배회하는 김태희

정치와 무관한 김태희

미학과 무관한 김태희

쓸데없이 많이 웃어서 무서운 사람들 속을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돌아다니는 여자

만두가게 청년들 대신

멍청한 낙하산 지배인을 욕해줬다는 김태희

(............)

그러다 몹시 추운 날에 누가 준 목도리에 장갑 차림으로

눈앞에 불켜듯 나타나는 김태희

자기만의 복지체계를 가진 김태희

온 세상이 자기 집인 김태희

만두 값으로 잠언을 지불하고

모든 사람과 반말하는 김태희

하나님과도 반말할 김태희

종교와 무관한 김태희

교회에서 자는 신들린 여자

웃지 않는 여자 거지 김태희가 나는 좋아

김태희는 만두 가게 청년들이 붙여준 이름

 

정한아는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만두집 청년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정신병자인 김태희를 돌보는 갸륵한 청년들이다. 온 세상이 자기 집인 그녀는 세상 두려울 것이 없어서 하느님과도 반말을 할 것이다. 김태희는, 그러므로 오늘의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상이다.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은 자신도 모르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그것이 공황장애던 우울증이던 폐쇄공포증이던 조울증이던 누구도 정신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시인은 김태희를 통해서 정신질환자인 현대인들의 고독한 삶의 현장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윤배 /시인<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