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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문재인 정권에게는 비상구가 없다?

특별기획


트럼프 미 대통령, 글로벌 무역전쟁 현실화

G2 중국과 보복관세 공방 우리경제 악영향

대내외 악재 돌파 여부가 청와대 운명 좌우

참모들 샴페인 터뜨리기보다 현실각성 먼저

 


미국이 2018114일까지 이란산 원유수입을 제로 수준으로 유지하라고 전 세계에 포고(布告)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는 전체 석유 수입량의 14.7%(2017년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우방을 대상으로 펼치는 강압외교를 보면 박정희 유신정권시절 서슬 퍼런 긴급조치(緊急措置) 포고령(布告令)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어안이 벙벙하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망령이 미국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씌운 게 아닐까? 괜한 걱정이 앞선다.


미국은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패권 국가이다. 지금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은 세계정세를 대혼돈(大混沌)으로 몰아가고 있다. 향후 10여년 후에는 최소한 경제 분야에서 만큼은 G1의 위치에 오를 것이 확실시 되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아울러 EU에 대한 공세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미국의 사실상 군사력을 앞세운 공세는 세계경제를 극도의 불안에 빠트리고 있다. 게다가 북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오직 하나의 선택지(選擇紙) 밖에 없다. 미국 내 CNN 뉴욕타임즈로 대표되는 주류언론과 군산복합체를 둘러싸고 있는 강고(强固)한 기득권층은 북한의 비핵화에 냉소적이다. 국내적으로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 분단의 고착화로 인해 이득을 보아온 세력이 그러하다.


트럼프는 그야말로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다. 북한의 비핵화 달성과 WTO의 불공정 무역(트럼프가 주장하는)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바로잡는 것이야 말로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유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듯하다. 북한 비핵화와 무역전쟁의 성패는 트럼프 정권의 명운을 가를 핵심 과제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는 북한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비핵화 의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군사 옵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중국과 유럽은 물론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나라들에게는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인 백인 중산층 사회(제조업 노동자층)를 향해서 자신이 얼마나 국익과 지지계층의 이익 수호를 위해 비타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입증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헬싱키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스캔들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최근 연금지급 연령을 높이겠다는 정책 발표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한 푸틴은 트럼프의 족쇄를 풀어주고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해소하는 실리를 취하기로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푸틴 헬싱키 정상회담은 이미 결론이 나와 있다. 문제는 중국-유럽연합과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의 수위를 어느 수준에서 조정하고 타협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중 무역 전쟁이 대충돌 직전에서 타협되고 유럽연합과의 갈등 역시 진정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시간과 과정상의 디테일한 문제만 남겨두게 될 것이 확실하다.


정부는 이산가족상봉, 남북체육교류, 군사회담, 철도연결사업 등 지난 정권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활발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정부가 의도한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북한비핵화남북평화체제정착은 순항할 것이 확실하다.


문제는 국내문제다. ‘드루킹 특검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아직 모른다. 최근 특검주변에서 객관적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흘러나오는 언론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상식적이지 않은 찜찜한 조짐이 상당하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경제 불황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문재인 정부 최대의 딜레마이다. 청년실업은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고 미국 주도 무역 전쟁의 파고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일정부분의 증세정책을 불가피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첩첩산중의 난제가 도처에 널려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눈총을 외면하면서까지 친박-비박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의 배경은 경제 불황만큼은 천하의 문재인 정부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외바퀴 자전거를 타고,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얼마 전 민주당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달님(Moon)을 지키는 부엉이들의 모임이 친문진영에 존재한다는 것이 회자(膾炙)되었다. 국민은 물론 민주당내에서도 호된 비판여론이 비등(沸騰)하자 부엉이 모임결성은 백지화 되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보스를 지키겠다는 충정에 시비 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정도 수준의 현실인식과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의 중추(中樞)를 이루고 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서글프게 느껴진다는 감정만큼은 숨길 수 없다.


친문의 장점은 자유한국당 친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숱한 고생을 하였고, 비교적 주변의 아픔을 공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삶을 살아 왔다는 것이다. 병역미필의 사유만 놓고 단순 비교를 하더라도 이들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투옥이나 양심적 확신에 의한 병역거부(?)의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이름만대면 알만한 누구와 같이 대학 재학기간과 방위 복무기간이 겹친다든가석연치 않은 희귀병력(稀貴病歷)과 모호한 병역면제사유(兵役免除私有)등이 이들에게는 별로 없다. 이것만 보더라도 친문친박과의 비교우위(比較優位)’에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집권했다는 것의 무게는 과거의 도덕성이나 경력으로 적당히 때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권당은 현재에 대한 무한책임과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능력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최근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사퇴 파동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의 현실인식이 심히 걱정스럽다.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서는 그가 감각이 뛰어나고 깔끔하게 일 잘한다는 것에는 대부분 인정한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행사 등에서 보여준 것같이 세기(細技)에서 느껴지는 그의 의전기획능력은 출중해 보인다. 하지만 탁현민 행정관에게서 철학적(哲學的) 진지(眞知)함이나 진중(鎭重)함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드루킹 사건을 보면서 느꼈던 답답하고 씁쓸한 느낌이 탁현민 행정관의 톡톡 튀는 발랄함(?)에 희미하게 오버랩 된다면 지나친 기우(杞憂)일까?


민주당의 친문을 자처하는, 그 중에서도 달님을 지키는 부엉이들의 모임을 만들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한마디 고언(苦言)을 한다면 제발 수준에 맞게 처신하라는 것이다.


차라리 한반도 주변정세와 강대국의 역학관계 속에서 민주당이 어떤 노선을 채택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논쟁하기 바란다. 그 가운데 뛰어난 솔루션(해법)을 제시하는 출중한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차기, 차차기의 집권전략을 집단적으로 고민하는 자세를 견지했으면 한다. “달님을 지키는 부엉이들의 모임……생각할수록 유치한 수준의 작명이 아닌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기 바란다. 어쩌면 현재 문재인 정권이 처해있는 객관적인 현실은 출구가 하나밖에 없는 비상구조차 없는 외길과도 같다는 것을 진지하게 각성하기 바란다.


대통령의 복심이며 최측근을 자임한다면 벌써부터 권력에 취해 몽롱할 때가 아니다. 외줄을 타고 있다는 인식과 절박함마저 없다면 머잖아 땅을 치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숙고해보기 바란다. 당 대표를 꼭 친문이 해야 하나? 여기에 동의하는 국민이 대다수를 차지한다고는 결코 믿지 않는다.

<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