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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특별기획



자유한국당이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었다. 여러 번 반복된 사죄 코스프레라 새로울 것도 없다. 자유한국당은 쇄신의 방법을 놓고 내홍에 빠져들었다.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역시 전혀 새롭지 않다. 그의 불출마는 지난 2016총선에서도 한번 써먹은 레퍼토리다. 그는 어차피 출마한다해도 낙선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의 지역 민심이 그만큼 흉흉하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김무성의 불출마선언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한다. 자파의원 19명을 데리고 바른정당을 탈당하여 자유한국당으로 원대복귀했을 때 그는 정치적으로 사망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여 당권을 잡는 것은 그의 자유이지만 그가 전면에 나서는 순간 자유한국당은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혁신비대위를 설치하여 당을 재건한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 차라리 당을 해체하고 전원 무소속이 되었다가 정파별로 세력을 모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보수정당 건설을 말하지만 이 또한 무망하다. 보수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무엇이 새롭겠는가? 그간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은 친미반공주의를 내세워 기득권을 유지하는 이익집단의 모습이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겪고도 자유한국당은 정신차리기를 거부했다. 늘 그러했듯이 지방선거에서도 기본은 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대구경북에서 명맥을 유지했지만 그것 역시 이번이 마지막이다.


자유한국당에게 내일은 없는 듯하다. 이것이 이번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는 더 처참하다. 광역선거는 고사하고 기초단체장 한석도 건지지 못했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동구청장 선거에서 현직이 3위에 그쳤다. 안철수는 선거에서 패하자 딸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한다고 미국으로 떠났다. 621일 새벽 귀국했다는 소식으로 보아 그가 정계를 떠날 것 같지는 않다. 안철수는 이제 3등 전문후보로 전락했다. 선거에서 지면 안철수는 항상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무슨 내용으로 재충전을 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메시지는 항상 모호했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그는 탈이념을 내세우지만 그것도 설득력이 없다.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탈이념인가?


안철수는 탈이념을 말할 것이 아니라 이념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념이 없으니 새정치의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그는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참 웃기는 논리다. 안철수는 재충전이 아니라 자신을 깨끗하게 방전시키는 것이 먼저다. 그다음 이념부터 충전하기 바란다. 보수정치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현대자본주의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 바탕위에 보수주의의 내용을 채우기 바란다. 진보정치의 길을 가고자한다면 유럽 사회주의의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기 바란다.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의 개념도 모르면서 무슨 중도주의를 표방하는가?


안철수의 쓰임새가 아직 남았다면 다시 국민의 부름을 받을 것이다. 그는 툭하면 미국으로 가는 습관부터 고치기 바란다. 중국을 공부하고 베트남을 살펴보면서 북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유승민은 보수의 가치를 그만 말했으면 한다. 공동체가 바탕에 깔리지 않은 보수주의는 자본가의 철통같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부디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한미동맹은 영원불변이 아니다. 유승민은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경직되고 자신을 협소한 보수의 틀에 가둠으로서 스스로의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유승민의 딜레마는 보수정치의 길을 가고자하나 그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한미군사훈련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자 유승민은 많이 놀랐을 것이다. 안보는 한미동맹에 의해 지켜지는 게 아니다. 적대적 관계인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고 평화의 접점을 찾는 것이 항구적인 안보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쟁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안전한 안보가 어디에 있겠는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성주에 배치된 사드포대를 철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의 약속을 이행한다면 계속 배치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사드배치를 가장 먼저 주장하고 정치적 사활을 건 유승민 의원의 입장에서는 허무할 것이다. 해리스 대사 지명자는 태평양사령관 재임 당시 사드 한국배치를 주도한 인물이다. 사드포대가 철수한다면 중국과의 관계도 완전하게 복원된다.


유승민 의원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대명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라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영원한 동맹은 없다. 국제관계는 항상 변화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민심은 조변석개(朝變夕改)와도 같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야권이 지리멸렬했다고 무시하지마라는 것이다. 20대 국회는 정개재편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여소야대이다. 말로만 협치를 내세우지 말고 진정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야권이 건강하게 바로서야 여당도 긴장하고 겸손해진다. 경쟁상대가 없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암초는 도처에 널려있다. 만약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이 충돌하는 상황이 돌출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북한정권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조하면서 비핵화를 달성하는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야권의 협력을 이끌어내어 북한과의 실질적 교류협력을 속히 이루어내야 한다. 북한당국이 교류협력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경제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한반도비핵화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경의선 고속철도는 남북한과 중국이 합작하고 동해안철도는 남---4국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유엔의 제재가 완화되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을 보완하는 한편 예산확보 방안도 마련해두어야 한다. 그러자면 야권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조속히 야당대표들과 회동하여 협조를 구하고 정치권을 안정시켜야 한다. 어차피 내치는 좋든 싫든 국회와 함께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이 하루속히 안정되길 기대한다. 정부여당 역시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국회의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사진: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