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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

 


이상권 작가의 신작 소설 숲은 그렇게 대답했다가 특별한서재에서 나왔다.


전원주택 개발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황폐해져가는 숲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작가는 작품에서 우리는 더 이상 거인의 꿈을 꿀 수 없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가치를 상실한 시대, 우리는 대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해야만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이 소설은 비단 십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이십대, 어른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무대는 개발의 열풍이 불어 닥치고 부동산 투기의 광풍이 휩쓸고 있는 수도권의 잘나가는 전원주택 마을이다. 숲을 소재로 했지만 숲은 상징적인 무대일 뿐, 실제로는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어른의 민낯을 다룬다.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이미 자본의 노예가 돼 버린 어른들. 더 잘 살기 위해 오래도록 지켜온 가치까지 가차 없이 던져버린다. 아이들에게는 올바르고 참되게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이중성이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청소년문학이란 경계를 넘어서서 모두 함께 관심 갖고 토론할 만한 생의 근원에 대한 문제를 청소년을 통해 진지하고 쉽게 접근했다.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작가가 고등학교 때 쓴 단편이다. 동네 아이들이 뒷산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산을 홀라당 태워먹고 처벌을 받는 사건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마을 어른들은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보호하면서 불타버린 숲을 열심히 복원한다.


이 과정에 아주 특별한 선생님이 나온다. 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하고, 아이들 편이 되어주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선생님. 그래서 절대적인 권력자나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선생님.


거인과 같은 선생님은 산신령의 상징이다. 선생님은 누군가 그 산신령의 뜻을 이어받을 것을 바라면서 마을 아이들에게 숲과 자연에 대해 가르쳐준다.


그 선생님이 죽고 나서 숲에 묻히면서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가운데 판타지 기법으로 전개되는 소설. 문중에서 전해온다고 알려진 산신령의 증표 같은 물건을 통해서 시간 여행을 한다는 설정이지만 물건의 형체는 나오지 않고 추측일 뿐이다.


자연이 훼손되고, 산신령이 언급되지 않는 시대를 사는 우리는 더 이상 거인의 꿈을 꿀 수 없는 것일까. 신이 사라진 세상이 얼마나 황폐해져 가는지,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상권작가는 1994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일반 문학과 아동 청소년 문학의 경계를 넘어 동화부터 소설까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 친구님’, ‘성인식’, ‘발차기’, ‘난 할 거다’ ‘하늘을 달린다’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야생초밥상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