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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김종경 칼럼
송년호 특집 '적폐청산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적폐청산 물타기, 궁색한 '안보타령' 국정원, 노골적 정치개입.특수활동비
역대정권의 관행 억지논리 본질 호도 구태세력 여전... 촛불정신 다시켜야

     


積弊(적폐)-켜켜이 쌓인 낡은 것. 이것이 적폐의 사전적(辭典的) 의미(意味)이다. 적폐청산(積弊淸算)이 진행 중이다. 벌써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말하며 이쯤에서 봉합하자는 주장을 슬그머니 흘리는 논객(論客)들이 나타나고 있다. 안보와 경제위기가 겹쳤는데 이것 먼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친절한 설명도 곁들인다. 본말전도(本末顚倒)가 따로 없다. <편집자 주>

 

20161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 되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다. 두 번의 탄핵소추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달랐다. 노무현대통령 탄핵은 국민이 총선에서 심판함으로서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추는 80%이상의 국민이 지지했고 탄핵의 동력이 시민이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며 매주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은 123일 토요일 6차 집회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서울에서만 162만의 시민이 집결한 것이다.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던 새누리당은 시민의 분노가 되돌릴 수 없음을 간파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절반에 가까운 의원들이 탄핵 대열에 합류하면서 재석 의원의 78%234명이 탄핵안에 찬성했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에 착수했다.

 

2017310일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은 주문을 낭독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현직 대통령이 최초로 파면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 된 것이다. 시민의 승리이자 명예혁명이었다. 국민은 환호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충격 여전히 생생

 

1998년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당선된 박근혜는 이후 정치인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박근혜는 절치부심, 2012년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신비주의로 일관한 그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전모는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백일하에 드러났다. 국민은 아연실색했다. 최고의 정치권력인 현직 대통령과 경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삼성그룹의 총수가 뇌물을 주고받은 것을 비롯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가 전 방위적으로 자행되었음이 속속 드러났다.

 

331일 직전 대통령 박근혜가 구속되었다. 국민의 적폐청산 요구는 들불처럼 번졌고 59일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 다음날 대통령에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새정부는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된 정권이다. 시민의 명예혁명에 의해 수립된 정부,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본질이고 시대정신이다.

 

지난 겨울 시민은 이게 나라냐를 외쳤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 다짐했다.” 적폐청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해가 지났다. 돌이켜보면 힘들고 허탈했던 한해였다. 일부 언론과 야당은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간주하고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개혁보수정당을 건설하여 보수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기세등등하던 정치인들은 자유한국당으로 속속 원대복귀하고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적폐청산은 국정농단세력 일부에 대한 사법처리로 흐지부지될 조짐이다.

 

적폐청산이 무산되면 가장 큰 책임은 시민에게 있다.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여당과 정치권에 있지만 근본책임은 주권자인 시민에게 있다. 주권자의 적폐청산 의지가 확고하면 정치권은 순응 할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을 두려워하는 세력은 온갖 궤변을 끌어다 붙이고, 북핵문제를 적극 활용한다. 안보불감증을 거론하며 국민에게 화살을 돌린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며 중국에 굴욕외교를 한다고 정권을 비난한다. 일부 언론은 미국과 중국 중에 양자택일(兩者擇一)하라고 반 협박적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해서는 안 된다는 극단적인 대결구도를 주장하기도 한다. 대안을 요구하면 고장난 녹음기처럼 중국을 압박하여 원유공급을 중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각에서는 전쟁불사(戰爭不辭)를 말한다. 북핵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해결하되 평화적인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명제(大命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무력을 통한 해결은 종말의 시작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폐청산에 안보위기를 들어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대로 가자는 것이다. 국정원의 노골적인 정치개입과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이 뇌물로 받아 쓴 것도 역대정권의 관행이었다고 본질을 흐린다.

 

북핵문제와 적폐청산은 별개의 문제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방사청장에게 방산비리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묻자, 하도 많아서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년 넘게 진행되어온 일이고 지금은 사실상 핵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방산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안보위기의 본질이다.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질타하면서 정작 자신은 석연찮은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야 애국자라고 정의하면서 정작 자신은 희귀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최고위급 공직자도 있었다. 이것이 안보위기를 개탄하는 일부 인사들의 민낯이다. 전쟁이 나면 좋던 싫던 이 땅의 젊은이들이 최전선에서 싸워야 한다. 대다수 서민들은 피난은 엄두도 못 내고 고스란히 전쟁의 참화를 겪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안보위기와 적폐청산은 별개의 문제이다. 확실한 것은 적폐청산을 못하면 안보위기보다 더 큰 문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기둥이 썩었으면 교체해야 한다. 곪은 상처는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 말끝마다 북핵과 안보를 들어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몰고 가는 것이야말로 공작정치의 전형이다.


엄정한 단죄. . . 미래로 전진하는 원동력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는 나치 점령기간 4년 동안의 부역자 수 만명을 처단했다. 악질적인 부역자는 즉결처형에 처하기도 했다. 수 천명의 여인들이 나치 독일군에게 성()을 제공했다는 죄목으로 머리를 삭발당하고 맨발로 파리 시가를 행진해야 했다. 대다수 프랑스 시민은 이것을 보복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다. 당연한 역사적 단죄라 여겼다. 한때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비시정권의 수반 페탱원수도 엄중처벌 되었다.

 

전범국가 독일은 나치에 가담했거나 동조한 자들을 철저하게 색출하여 단죄했다. 일부는 재빠르게 연합국에 협조하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으려 했으나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이 수립되면서 모두 단죄되었다. 서독은 나치의 망령을 사회 구석구석까지 청소하는 것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단시일에 선진국이 되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통일된 독일은 유럽연합의 지도국가로 미국 일방주의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유라시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독일은 민주주의가 완전하게 뿌리내린 나라가 되었다. 독일은 히틀러와 나치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을 끊임없는 반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으로 청산했다.

 

일본은 아직도 군국주의의 망령을 청산하지 못하고 신국군주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 국민이 우경화되었기 때문에 아베정권은 거칠 것 없이 군사대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시민사회가 아베의 극우노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올바로 인식하고 있다면 지금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일부 언론과 자칭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식자(識者)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矛盾)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혼동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일본이 민주주의 국가인가? 첨단의 자본주의 국가임에는 틀림없지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인가. 아니다. 일본은 아직 민주주의 국가를 자임할 만큼의 수준이 못된다.

 

중단없는 적폐청산 결국 시민의 몫


동구권의 해체와 구소련의 붕괴로 민주주의 나라들의 지도국가임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으며 그 본질은 시민의식이 퇴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은 군수산업과, 월가의 금융자본, 석유산업이 강고하게 결합된 신자유주의의 총본산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이들 독점자본에 종속되어 있으며 정치권력은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했다. 글로벌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세계의 지도국가라는 미국의 모순에 있다. 2016년 기준 192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국가생산력을 갖고 있으면서 전체 국민의 80% 스스로 빈곤층이라고 믿는 나라가 미국이다.

 

실제 미국의 중산층은 붕괴되었고 경제의 양극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 1인당 연간의료비 9000달러(1000만원)를 부담하면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는 고사하고,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러한 불평등의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 중국, 한국, 일본 등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들의 탓에 미국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책임을 전가하면서 그는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의 우월감과 적대감을 적절히 이용하여 미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백인 유권자의 60%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공립대학의 등록금이 3~4만 달러에 이르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에서 교육은 복지의 개념이 아니다. 그냥 산업, 교육산업일 뿐이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이렇다. 적폐청산은 독일,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등 정치-경제-사회적 민주주의를 달성한 나라들과 같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적폐청산이 없으면 경제-사회적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도 없다. 사회전반이, 국가 전체가 모래 위에 지어진 사상누각(沙上樓閣)의 상태로 지탱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적폐청산, 당장 중단해도 좋다. 판단은 결국 시민의 몫이다. 







<용인신문 - 김종경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