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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황혼처럼 '환상 화음'

새로운 실버 시대를 여는 용인문화원 실버합창단

 







태국 파타야서 열린 아시아 국제 합창대회 참가 '은상' 수상 쾌거

남녀노소 출전 팀들과 경합. . . 실력으로 당당히 상위권 랭크 기염

이순희 회장 "단원 50명 나이 잊은 열정. . . 지역 봉사활동도 앞장"


방콩 파타야에서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아시아 국제 합창대회에서 은상 수상의 쾌거를 안고 귀국한 용인문화원 실버합창단.


실버합창단 수준은 이미 국내에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은상 수상의 국위를 선양했음에도 새로울 것도, 대수로울 것도 없다는 덤덤한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여느 대회와는 달리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한 상대평가로 실력을 가렸기에 찬사를 받을만한 놀라운 수상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15개국에서 국가별로 다수 팀들이 출전했다.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는 출전팀을 연령별로 나누지 않고 젊은이와 실버가 함께 겨루는 대회. 나이와 상관없이 오로지 실력만으로 심사를 해서 수상여부를 결정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실버합창단의 높은 실력을 재차 확인하는 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


총점이 86.7점으로 대회에서 우승한 청장년팀 95점대와는 10여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 점수였다. 물론 실버 출전팀 가운데서는 단연 최우수 점수였다.


이번에 선보인 곡은 봄타령, 못잊어, 아카펠라곡인 강둑마을 등 세곡이었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국제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음색이 곱고 열심히 잘한다는 내용이었으니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국제 대회에 나가면 외국 심사위원들의 시선과 생각이 우리와는 다를 텐데 이런 심사위원들한테 칭찬을 받았으니 너무 기쁘지요.”


실버들의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귀국한 용인문화원 실버합창단 이순희 회장(소프라노)은 국제무대의 평가는 단원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출전여부가 결정 난 뒤 8개여월 간을 쉬지 않고 달려온 노력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국제대회는 지난번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이은 두 번째 무대다.


처음 국제대회에 참가할 때 무척 설레었죠. 국제무대에서 백발의 나이에 예쁜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고 노래를 한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이 회장은 대회를 마친 후 여행도 할 수 있는데다 특히 국제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면 국제심사위원이 하루 레슨을 해주기 때문에 배우는 게 많아 단원 모두가 좋아한다고 말한다.


지휘자는 물론 단원들의 실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돼요. 심사위원은 우리를 처음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시각으로 박자나 강약 등 미세한 부분의 아쉬움까지도 잡아주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많아요.”


남녀혼성 50명으로 구성된 문화원 실버합창단은 지난 2009년 창단했다. 용인문화원에서 지휘자, 반주자, 연습장소 등을 제공해 주는 등 물적 지원과 정신적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 없이 연습에 매진할 수 있다. 용인문화재단의 지원도 있다. 회비 1만원에 매주 월, 금요일 두 차례 모여 2시간씩 아주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보통 70대에요. 59세 이상부터 입단이 가능한데 현재 최고령은 83세에요. 테너 파트의 허남환 단장님이세요. 원래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셨던 실력 있는 분이세요.”


단원들 가운데 불교합창단 단원, 성당 성가대원, 교회 합창단원도 있지만 대부분 은행장, 교사, 회사 중역 등 합창을 전문적으로 했던 경험은 없지만 노래를 좋아하면서 멋지게 살던 사람들이 모였다. 현재 남자 단원 3~4명을 모집 중인데, 사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입단이 가능하다. 젊고 열정적인 조현경 지휘자를 비롯해 선배 단원들의 도움 아래 연습하면 금세 실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요즘은 오는 920일에 있을 산청합창대회 출전을 앞두고 준비에 여념없다. 산청아리랑, 봄타령을 선보일 예정이다. 처인성문화제에서도 합창을 선보이게 되며, 과천 어린이대공원에서 916일 열리는 한국문화원연합회 주최 실버문화페스티벌에도 참가하게 된다.


1114일에는 한해를 마무리 하는 정기연주회를 포은아트홀 대극장에서 가질 계획이다. 이 회장은 1200석 규모의 아트홀을 채울 게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다. 실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넓은 공연장에서 보다 많은 관객에게 선율을 선사하고 싶은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간 시청 마루홀 공연장은 무대가 좁아 50명 단원이 모두 서기에는 비좁았다.


소리전달이라든가, 음향, 조명 등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있어서 이번에 넓은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사항은 보통 임원회에서 결정 내린다.


합창곡 가요 팝송 등 다양한 장르를 잘 소화해 내고 있는 실버합창단은 제2의 인생이 즐겁기만 하다.


노래를 부르니 좋고, 일주에 두 번씩 노래 친구들을 만나서 소통하니 즐겁다. 또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가족들에게도 자랑스럽다. “국립극장 무대에도 서봤어요. 단원들 모두 자부심을 느끼지요.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실버사업 정책포럼을 관훈클럽에서 가질 때 초청 받아 연주를 했어요.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지방 문화융성 지차체 공무원 워크숍에도 초청 받아 무대에 섰지요.”


합창 대회는 물론이고 크고 중요한 무대에 자주 서다보니 자신감이 커지고, 그 명성에 걸맞게 실력이 향상됨을 느낀다.


단원들이 모두 열심히 노력을 합니다. 특히 남성단원들은 남성 중창단 팀으로도 활동을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수업 후에 파트별로 남아서 잘 될 때까지 연습하고 갑니다.”


물론 대외적 활동만 하는 게 아니다. 용인에서도 부르는 곳도 많고 가야할 곳도 많다.


지난해에는 요양원 봉사만 15회가 있었다. 포은문화제, 처인성문화제 등 시에서 열리는 중요한 행사는 물론 공모 연주회나 초청 연주회 등 눈코 뜰 새 없었다. 그러나 한 달에도 몇 차례씩 외부 공연을 다니다보니 새로운 곡 연습이나 실력 향상을 위해 내실을 다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는 외부 공연 참가를 줄이고 연습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요즘 첼리스트로 활약했던 교수도 합창단 단원으로 입단을 하는 등 실력 있는 단원들이 속속 늘면서 문화원 실버합창단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실버들을 향해 문호는 활짝 열려 있어 누구라도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실력에 상관없이 입단이 가능하다.


다 배우면서 하니까 괜찮아요. 또 배우면 금세 실력이 늘어요.”


박자와 곡조를 다 외워야 하니 힘들어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즐거움으로 단원 모두 즐거워한다. 외우다보니 기억력도 좋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아마추어 실버합창단이지만 프로의 실력을 갖추고서 종횡무진 크고 작은 무대를 질주하고 있는 용인문화원 실버합창단은 당당하고 멋진 새로운 실버시대를 활짝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