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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이 만난사람

김보옥 예아리 박물관 ․ (주)삼포실버드림 회장

탄생에서 죽음까지 禮로 승화




전국 첫 장례 토탈 서비스 제공. . . 2000년 12월 백암면에 새 공장

이듬해 국내 최초 장례박물관 '예아리박물관' 착공 2013년 문열어

신선한 생과일 주스 . 야외 전시장 환상조화 '카페 드 아리' 유명세


삼포실버드림과 문화시설인 예아리박물관의 설립자로서 성격이 확연히 다른 두 사업체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여성 CEO 김보옥 회장.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근삼리 2만평 부지 내에 3000평에 달하는 장례용품 제조업체인 삼포실버드림과 3000평에 달하는 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평소의 도시적이고 세련된 모습과는 달리 새벽 5시면 작업복 차림의 현장 지휘 감독관 모습으로 집을 나선다.


박물관 구석구석 조경을 살피고 관리를 하다보면 한 두 시간이 훌쩍 지난다. 조경은 박물관의 얼굴. 문을 통과하면서 펼쳐지는 야외 조경이 박물관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살리는 첫 인상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


꽃이나 초목을 선정하는 일부터,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는 풀을 대체할 식물을 고르고 씨를 뿌리는 일까지 구석구석 신경 안 쓰는 곳이 없어요. 조경은 박물관을 세울 때부터 해오던 일이에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해질 때까지 토목과 나무 심는 일을 11년째 해오고 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바쁘지만, 김 회장의 열정과 섬세한 관리 덕에 관람객들이 봄에는 꽃에 취하고 여름이면 수정바위와 어우러진 신록의 싱그러움에 빠져든다. 단풍과 설경의 아름다움까지 아름다운 울타리의 준말인 아리를 그대로 실현시키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예아리박물관 내에 또 다른 사업체라 할 카페 드 아리가 개장했다. 개장 반 년 만에 전국적 유명세를 몰아가고 있으니 보통의 카페는 아니다. 우선, 넓고 쾌적한 공간에 아름다운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 박물관 내 박물관카페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생과일주스와 예쁜 찻잔은 물론 아름다운 야외 전시장이 시너지 효과를 줘 소문에 소문으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특히 요즘 맛볼 수 있는 베리 빙수는 풍성하게 담긴 오디, 산딸기, 블루베리와 아로니아청이 어우러져 입에서 녹아내리는 명품중의 명품으로 인기가 높다. 카페 드 아리 역시 예아리의 아리를 그대로 실현시키는 꿈의 공간. 최고를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김 회장의 장인 정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예아리의 뜻은 예가 있는 아름다운 울타리다.


모든 인간 삶의 생으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통과의례가 예이지요. 관례, 혼례, 상례, 제례가 실현되는 아름다운 랜드가 바로 예아리입니다.”

 

전국 최초로 장례토탈서비스를 시작한 삼포실버드림이 용인 백암면에 부지를 마련한 것은 1997년이다. 200012월에 새로 지은 공장으로 이사했고, 2001년에는 예아리박물관을 착공, 2013년 개관했다.


장례용품 사업은 마치 하늘의 계시와도 같이 운명적으로 김 회장 부부에게 찾아왔다. 지난 2006년 작고한 남편 임준 교수와 함께 사업을 일구기 시작한 장례사업은 실은 40년 넘게 기다려온 김 회장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 친구 분이 집에 놀러와 네 생일이 며칠이냐고 묻기에 1024일이에요라고 했더니 성경 잠언 31장 마지막절인 24절을 펼치면서 너는 이 사업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성경 구절에는 그는 베로 옷을 지어 팔며라고 쓰여 있다. 김회장은 현숙한 여인이 식솔을 거느리고 수고로움으로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는 내용이라며 그 말 한마디를 가지고 41년을 살았다고 했다. 41세를 넘기니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순간적으로 포기했다.


그러다가 광산과 목재상을 크게 했던 시아버지의 사업이 인연이 된 어느 날 무심코 신랑에게 관 짤까라고 했더니, 당시 대기업을 다니면서 풍수지리를 개인적으로 연구하던 남편이 넥타이를 매다말고 아니, 수의를 만들어야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김 회장의 눈앞에 섬광이 번뜩 흘렀다. 무릎을 꿇고 성경을 다시 보며 대성통곡을 하고는 어려서부터 하려했던 일인데 남편을 통해 이 말이 나오는구나라며, 곧 동대문 시장에 가서 수의 한 벌을 사다가 신문위에 펼쳐놓고 제작 연습에 들어갔다.


사업은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있어 당시에 듣도 보도 못했던 장례토탈서비스를 생각해냈다. 신문에 작은 광고를 냈더니 그때부터 전화가 빗발치면서 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을 시작으로 모든 대학병원에 장례식장이 만들어졌다. 삼성의료원에는 지금까지 24년 동안 매장을 갖고 있다. 농협에도 장례용품을 납품했고, 이는 전국의 농협이 장례사업을 하는 계기가 됐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계대마를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삼포실버드림으로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선도한 선구적 기업이며, 관속 죽음 체험 행사도 최초로 시작했다.


용인에 내려온 어느 날 작고한 남편이 남에게 유익된 삶을 살아가는 게 인간의 근본이라며 공장의 모든 이익금은 박물관으로 환원해 사회에 이바지 한다고 했다.


지금은 너무 훌륭한 일이지만, 당시 깊은 뜻을 모르고서 아이들 밥도 못 챙겨 먹이고 잠도 못자면서 24시간을 일해 왔는데 무슨 박물관이냐며 반대하다가 우리나라 처음으로 장례박물관을 세우게 됐다. “남편은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을 등짐 져서 직접 구입해왔어요. 당시 체류비 구입비 등 모든 비용을 제외한 순수 비행기 값만 14000만원이 들었는데 세무서에서 뭘 하는 사람들이냐며 세무조사를 나왔어요.”


남편과 김 회장은 이집트 벼룩시장을 비롯해 아프리카, 중국 등 각지를 돌며 장례유물 수집에 나섰다. “그때니까 가능했지 지금은 법이 만들어져 반입 못해요.”


루브르박물관에서 비행기, 물고기 형태의 독특한 아프리카 관을 전시한 것이 세계적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예아리박물관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전시했다.


예아리박물관 내 세계문화관에는 한국 일본 중국 아프리카 티벳 등 각지의 장례 유물이 전시돼 있고, 특히 2층 한국문화관에는 정조대왕의 국장도감의궤반차도를 미니어처로 재현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2년간 1400여개에 이르는 모든 토우를 수공으로 제작했다.


예 속에 효도, 인성도 들어있어요. 예를 통해 사회가 밝아지고 소통이 되지요. 요즘 가정에서 못하는 관혼상제의 예를 이런 기관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아리를 세계적 관광지로 만들고 싶어 하는 김 회장은 예교육을 비롯해 딸기, 포도 체험까지 이뤄지는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포도체험은 동네 농가의 포도를 이용해주는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으며, 블루베리, 아로니아, 대추, 미니사과, 하우스귤 등 품종을 늘려나가고 있다.


성악가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 눈비비고 일어나면 꽃부터 봤어요. 지금도 그 꽃밭을 기억하고 있어요.”


멋쟁이었던 어머니는 철따라 옷감을 끊어다가 김 회장의 옷을 직접 만들어줬는데, 어린시절부터 조경이나 미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체화돼 있었다.


보배보에 구슬옥의 이름을 쓰고 있어 수정바위가 있는 이곳과 인연이 된 것 같다고 말하는 김회장은 미개발지를 의미 있는 공간으로 채워나갈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며 하나하나 이뤄나갈 꿈으로 분주하다.


삼포실버드림의 장례용품 사업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질 좋은 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언제 어디든 관련 소식만 들려오면 새벽, ,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