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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읽어야할 영어동화>

< 엄마가 읽어야할 영어동화>

 

 

JAMBERRY

 

by Bruce Degen

 

 

몇 년 전 저는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카르낙( Carnac)지역을 여행했었습니다. 선사시대의 거석유적이 있는 그곳은 제가 좋아하는 기유빅(Guillevic) 시인의 고향입니다. 딸과 함께 낭트지방을 여행하다가 카르낙이 멀지 않음을 알고 여행책자에는 없는 그곳을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모녀를 감탄시킨 것은 선돌들이 아닌 선돌 유적지 둘레에 야생딸기들이었습니다. 막 익기 시작하는 산딸기가 사방에 지천으로 널린 것을 보자마자 우리는 환호를 질렀습니다. 그때 제 딸이 잼베리 세상이야 !”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순간 이 동화책이 생각났답니다.

 

JAMBERRY신기한 스쿨버스(The Magic School Bus)의 일러스트 작가인 부르스 디건( Bruce Degen) 의 첫 번째 동화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 동화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소년이 어느 날 숲에 갔다가 야생 블루베리를 따고 있는 곰(bear)을 만납니다. 소년은 곰과 함께 카누를 타고 쿠키가 떠다니는 강을 거슬러 베리 폭포를 지나 ‘Berryland’에 당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스토리는 파랑새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구조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서술이 아닌 Rhythm( 운율)으로 시작하여 라임으로 끝납니다. 우리는 다만 그림으로만 내용을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엄마들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책을 아이들은 왜 좋아할까제 아이에게 물었더니 아이 대답은 먹을 게 나오니깐하는 것입니다. 피식 웃고 말았죠. 딸내미 대답을 그땐 무시했었지만 일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사탕 하나만으로 마냥 행복해하고, 선생님이 주시는 칭찬사탕 때문에 숙제든 청소든 열심히 하니까요.

 

한편 저는 이 책에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거 아닐까 추측합니다. 아이들은 스토리에 재미도 느끼지만 피곤함도 느낍니다. 기승전결 구조, 글밥이 많은 것은 엄마가 학습을 위해 답을 요하는 질문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독후감 때문에 독서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처럼, 대화가 아닌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관람 후에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아이에게 느낀 게 뭐야?” 하고 질문을 던지는 엄마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더라도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말이죠.

 

이 책의 독후 활동으로 저는 아이와 함께 초콜릿, 쿠키, 마시멜로, 사탕, 시리얼 등으로 하드보드지에 꾸미는 작업을 했답니다. 먹고 놀고 작업하며 아이들은 아주 신나합니다. 아이가 이 책을 특히 좋아하고 기억하는 이유가 달콤한 독후활동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작가는 어린 시절 딸기 따던 추억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며 시장에서 딸기를 산적이 없다고 합니다. 들판에서 딸기를 따서 실컷 먹고 한가득 따서 딸기파이도 만들고 잼도 만들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과 딸기를 따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이 1983년에 출간되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손자들과 딸기를 따며 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 분처럼 저도 어린 시절 엄마와의 딸기추억이 있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 방학 때였어요. 옆 마을로 일 가셨던 엄마가 점심때 쯤 오시더니 느닷없이 딸기 따러가자!” 하는 것이었어요. 엄마는 큰 대야를 들고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따라 갔습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작은 개울을 건너고 숲길로 들어섰는데 갑자기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 언덕이 펼쳐졌습니다. 키 큰 마타리꽃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있는 벌판, 그 곳이 온통 산딸기 덤불이었습니다. 긴 여름 해가 질 때까지 딸기를 따서 한 대야 가득 머리에 이고 돌아왔습니다. 온 가족이 실컷 먹고 이웃에게도 나눠주고, 남은 딸기는 잼으로 만들었습니다. 온 집안에 퍼지던 달콤한 향기. 지금이라면 딸기파이랑 딸기셰이크도 만들었을 텐데, 믹서기도 오븐도 없고 파이도 셰이크도 모르던 시절이었습니다. 오직 남은 것은 냄비에 끓여 잼을 만들었지요. 붉다 못해 검은 그 산딸기 잼은 제 평생 가장 맛있는 잼이 되었습니다. 그 추억 때문에 저는 딸기 철에는 꼭 아이와 함께 딸기잼을 만듭니다. 딸기잼을 만들 때 집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이렇듯 딸기를 보면 제가 친정엄마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듯 제 딸은 카르낙의 야생딸기와 이 동화책을 기억하겠죠.

 

달콤한 모험 끝에 소년이 당도한 나라는 환상의 페스티벌이 펼쳐집니다. 동물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딸기 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고, 딸기 로켓도 발사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딸기와 마시멜로, 신나는 놀이공원 같은 환상의 나라 <Berry land>. 구름 속처럼 딸기 더미 속에 소년이 파묻힌 행복한 나라는 우리가 함께 꿈꾸는 곳입니다.

 

방금 구글 검색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된 작가의 현재 모습을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Bruce Degen의 노년 모습은 자신의 동화책 속 소년과 꼭 닮아있었습니다. 뭉클해지는 순간입니다.

 

 

 

 

 

 

 

 

 

 

 

 

 

작가의 다른 책

 

 

The Magic School Bus series (19862006)

Daddy Is a Doodlebug (2002)

Commander Toad series (19801987)

Shirley's Wonderful Baby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