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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읽어야할 영어 동화>

   
<엄마가 읽어야할 영어 동화>

PIGGYBOOK

●Anthony Browne


Mr. Piggott lived with his two sons, Simon and Patrick, in a nice house with a nice garden, and a nice car in the nice garage. inside the house was his wife.
Piggott씨는 두 아들과 살고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차와 훌륭한 정원이 딸린 집에 두 아들과 살면서 부인에 대해서는 ‘집안에 있다’고 말하고 있네요. 우리말에서 ‘아내’와 ‘안사람’이란 호칭은 집안에 사람이란 뜻인 것처럼 his wife를 ‘집안에 가구’처럼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Hurry up with the breakfast... he calld every morning before he went off to his very important jab. .... their very important school." 아침마다 그들은 “빨리 밥 달라” 소리칩니다. Piggott 씨의 일은 중요한 일이고 두 아들의 학교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들이 좋은 차를 타고 중요한 일터와 학교로 간 뒤에, Piggott씨 부인은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고 버스를 타고 일터에 갑니다. 부인의 얼굴은 짙은 그늘 속에 숨어 보이지 않습니다.

저녁에 세 남자는 중요한 일터와 중요한 학교에서 돌아와 소리칩니다. “Hurry up with the meal, Old girl,” 이번에는 ‘Old girl’ 이라고 하네요. “여편네야 빨리 밥 줘” “아줌마 빨리 밥 차려” 이런 뉘앙스겠지요.

Piggott 부인은 퇴근 후에도 밥하고, 설거지 하고, 세탁기 돌리고, 다림질 하고, 다음날 아침 음식을 준비합니다. 그 동안 세 남자는 소파에 널브러져 TV를 봅니다. ( 한국 남편들은 회식하고 아이들은 학원에서 공부하겠지요?) 이런 일상은 매일 반복됩니다. 주부들의 일이란 어디나 다르지 않네요. 먹고 사는 일은 매한가지니까요. 먹고, 치우고 세탁기 돌리고 청소기 돌리고 ... 돌고 돕니다.

어느 날 저녁 세 남자가 집에 돌아왔을 때 평소와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항상 집에 있는Piggott 부인이 집안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다만 벽난로 위에 편지가 놓여있었지요. 편지에는 “ You are pigs ” 라고 적혀 있었답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1946~)은 1976년 『Through the magic Mirror 』를 발표하면서 동화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는 1983년 『Gorilla 』와 1992년 『ZOO』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며, 2000년에는 그림책의 최고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주제 의식이 묵직한 내용이 많지만 동물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하고 화려한 일러스트 때문에 판타지 같습니다. 제가 15년 전 이 책을 접했을 때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이 또한 고정관념이었지요.

Piggott 부인이 가출한 후 “ You are Pigs” 라고 한 순간 세 남자의 얼굴은 돼지로 변합니다. 그리고는 집안에 모든 것이 돼지로 변하지요. 집은 돼지우리처럼 난장판이 됩니다. 아내와 엄마의 존재는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어서 그것이 사라졌을 때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법이지요. 그러나 당연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반대로 ‘남자들은 당연히 돈 벌어야 한다.’는 공식도 당연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내가, 엄마가 집에 있을 때는 몰릅니다. 소중한 직장과 소중한 학교를 어떻게 편히 다닐 수 있었는지를, 정돈된 집안과 배고프면 나오는 음식들이 어떠한 수고로 만들어지는 줄 알지 못합니다.

결국 Piggott 부인은 돌아옵니다. 세 남자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돼지처럼 엎드려 있을 때 문이 환히 열리면서 성모마리아의 형상 같은 그림자가 들어섭니다. ‘구세주가 오셨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요. 세 남자는 무릎을 꿇고 “ P-L-E-A-S-E- come back,” 애원을 합니다. 그때서야 Piggott 부인은 얼굴을 반쯤 드러냅니다.

그 후 Mr. piggott 씨와 두 아들은 백팔십도 달라졌습니다. 설거지도 하고, 침대도 정리하고 요리도 합니다. Piggott 부인은 소녀처럼 빨간 티에 블루진 오버롤을 입고 차고에서 차 정비를 합니다. 엄마는 집안일만 하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도 바깥일만 하는 남자가 아니란 것을 보여줍니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서로 힘들면 도와주고 함께 하는 일이 왜 그리 어려울까요. 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말입니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이 상품 유통구조 시스템 속에 있습니다. 모든 것을 이익관계로 판단하지요. 그러므로 가사와 육아는 실제 손에 쥐어지는 수입이 없으므로 “집에서 논다”라고 치부합니다. 눈에 보이는 성공, 그 성공의 잣대는 돈으로만 평가받기에, 주부의 일을 말로는 소중하다지만 허사(虛辭)일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상품이 아닌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우리가 왜 매춘을 비난할까요. 원래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을 돈을 주고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애초에 ‘가정’은 자본주의 구조와 다른 시스템입니다. 현실이 힘든 것은 우리 의식이 자본주의 사회에 길들여져 있으면서 나의 가치는 상품 아닌 것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모순 때문입니다. 나의 가치를 알아 달라 외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라는 논리에 스스로 매몰되어있는 것이지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은 돈으로 평가하고, 나는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니까요.

가족관계에서의 수익은 오로지 사랑입니다. 이 보상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 더욱 소중 합니다. 엄마의 자리를 자본주의 체계로 이해하면 절대 안 되는 이유입니다. 엄마의 자리는 아무런 수익성이 없는 헛된 것입니다. 헛된 것이기에 가장 어렵고 가장 가치 있는 일입니다. 가장 슬프고 가장 위대한 자리입니다. 언젠가부터 ‘육아전쟁’이란 말이 출현했습니다. 전쟁 통에 어느 여자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할까요. 엄마의 자리를 우리 사회가 지켜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사회의 야만성을 우린 인간이기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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