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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성적표

오룡(평생학습교육연구소 대표/오룡 인문학 연구소 원장)

 

[용인신문] 648년 3월. 신라의 김춘추가 당나라의 장안을 방문했다. 신라의 사신 파견 사례로는 유일하게 ‘구당서’ 본기에 기록되었을 정도로 주목받은 사건이었다.

 

김춘추는 당 태종에게 고(告)했다. “백제가 포악하고도 교활하여 자주 침범을 하였으며, 지난해는 대부대의 군사로 수십 성을 함락시킴으로써 입조할 길조차 막았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군사로서 흉악한 무리를 잘라 없애지 아니한다면 우리 지방 백성들은 전부 사로잡히게 되니 육로와 수로를 거쳐 조공할 일도 다시 바랄 수 없습니다” 하였다. 

 

당의 처지에서 보면 김춘추의 친당 노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645년 안시성의 패배를 경험한 당 태종 이세민에게 제 발로 찾아 와 머리를 조아리는 신라는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신라가 남쪽에서 고구려를 압박한다면 고구려 정벌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 신라와 당나라 모두 이해득실을 따진 동맹의 형성이었지만, 당나라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후부터 신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폐지하고 당나라의 연호를 따랐다. 각종 제도와 관복 등도 당나라식으로 바꾸며 친당 정책을 본격화했다. 나당연합을 통해 백제를 공격하여 위기로부터 나라를 지켰지만, 외국의 군대를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대동강 이북을 포기한다는 맹약을 당나라와 체결하였고, 자기 아들을 당나라에 볼모로 넘겼다는 부분도 외교가 아니라 굴욕이라는 주장도 있다.993년 10월. 거란이 고려를 침략했다. 봉산군을 함락시킨 거란 장수 소손녕은 공문을 보내 알렸다. “80만의 군사가 도착했다. 만일 강변까지 나와서 항복하지 않으면 섬멸할 것이니, 국왕과 신하들은 빨리 우리 군영 앞에 와서 항복하라”. 고려의 운명이 풍전등화였다. 이때 서희는 안융진으로 가서 소손녕을 만났다.

 

“고려는 거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도 어째서 바다 건너 송나라와만 교류하고 있는가?”라고 묻는 소손녕의 말을 통해 서희는 거란의 의도를 파악했다. 송과의 전면전을 앞둔 거란은 배후의 고려가 불안했다. 서희는 “고려와 거란 양국의 국교가 통하지 못하는 것은 여진이 길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성과 보를 쌓아 길을 통할 수만 있다면 어찌 귀국과 국교를 통하지 않겠소?”라고 말했다.

 

서희는 송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거란의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안융진 전투 이후 자신감을 잃은 거란군의 상황을 읽어낸 통찰력, 논리 정연한 언변, 예의 바르면서도 당당한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려는 서경 이북 땅을 넘겨주며 항복한 것이 아닌, 강동 6주의 땅을 얻었다. 일시적으로 사대의 예를 갖추지만, 싸우지 않고 거란의 대군을 돌려보냈다.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 삼아 영토까지 얻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실리적으로 성공한 외교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철군하는 소손녕은 서희에게 낙타 10두, 말 100필, 양 1,000마리와 비단 500필을 선물로 주었다.

 

2023년 4월. 대한민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했다.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며 한껏 들뜬 분위기다.

 

미국의 바이든은 환영사에서 “피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동맹이며, 파트너십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국은 기술 발전 선봉에 서있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앞으로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말한 대통령은 답사에서 “한미동맹은 자유를 위한 투쟁의 결과 탄생한 혈맹이다.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거래관계가 아니다.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가치동맹”이라며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정의로운 글로벌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사족1.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에서 도승지가 말한다. “그는 충신이옵니다. 죽이면 아니 되옵니다” 이에 광해는 “누가 그걸 모르는가, 충신 중의 충신이지. 하지만 내가 그 정도는 내줘야 저들이 나를 믿을 것이네”

 

사족2. ‘그렉 버렌트’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은 우리에게 반하지 않았다. 반했다면, 대체 무엇을, 얼마나 내주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