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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 구속영장과 아수라판 정치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정국이 파국으로 치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75년 헌정사에 제1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최초라 반발하면서 오는 2월 27일로 예상되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처리 한다는 방침이다.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 시절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하였던 적은 있으나 검찰이 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며 영장을 청구한 적은 없었다. 김영삼 총재를 제명하자 부마항쟁이 발발했고, 소요사태 진압을 둘러싼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은 대통령을 현직 중앙정보부장이 술자리에서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태로 번졌다.

 

검찰이 야당 대표, 그것도 국회 다수당의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54년 전인 1979년 10월 4일의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국회의원직 제명이 오버랩된다. 김영삼 총재의 제명을 주도한 것은 당시의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검찰이 국회 다수당 대표를 구속하겠다’고 나섰다. 이것은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혐의가 위중하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하면 된다. 검찰의 주장이 재판에서 인정되면 이재명 대표는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고, 증거가 부실하다면 무죄가 선고될 것이다. 시시비비는 재판과정에서 다투면 된다.

 

검찰은 대통령 부인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연루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일부 확인되었는데도 후속 수사를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지 않으면 특검을 하겠다고 한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계속 회피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수사하여 재판에 회부 할 사유가 충족되면 기소하고 아니면 기소를 유예하면 된다. 민주당이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도 수사를 회피한다면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 국민이 믿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아수라’라는 2016년에 개봉된 영화가 있다. 황정민과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 아수라를 보면 재선 ‘안남시장’이 3선에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불법과 비리, 검찰의 수사 등이 대장동 게이트를 예언한 것 같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개봉 당시 2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기대한 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넷플릭스에 서비스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대장동 게이트와 닮은꼴이라 하여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지난 대선,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언급되기도 했던 영화 아수라는 제작사 측의 ‘허구이며 창작된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구구한 추측이 난무했다. 영화에서는 재선의 안남 시장이 권력의 화신이자 불법과 비리의 몸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음해하기 위한 음모설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영화 아수라는 코리안 정치 누아르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와 함께 현재까지도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영화는 블랙 누아르 영화답게 비극적인 결말로 끝난다. 극한 대결로 치달린 안남 시장과 검찰은 결국 공멸한다. 그러면서도 뒷맛이 찝찝한 것은 현재의 정치 상황과 너무나도 닮은 꼴이라는 점이다. 대개의 영화는 허구이며 그냥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마냥 허구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는 사실과 허구가 혼재해 있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넷플릭스를 통해 직접 감상하고 현재의 정치 현실과 비교해보기를 바란다. 얘기가 샛길로 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재판부의 구속적부심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되었다. 만에 하나 재판부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인용한다면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라는 2라운드의 충돌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까지 정치가 검찰의 수사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게 될지 모르지만,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제외하면 모든 수사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죄질이 제아무리 엄중해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면 구속수사는 극소수의 현행범죄를 제외하고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정치적인 문제는 국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은 정치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검찰 수사권은 국회 입법권의 하위에 있고 그래야 민주적인 의회정치가 제대로 작동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