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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시집이 가진 물성이 예술이 될 수 있다면

 

 

[용인신문] 정현종의 「섬」이라는 시는 너무나 유명해서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아~ 그 시’하고 떠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달랑 두 줄 밖에 안되는 시는 오래도록 인간관계에 대해 말할 때마다 화두로 떠오르곤 한다. 그런데 문학판에서 펴낸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섬』은 책이라는 물성 안에 예술을 담았다.

 

우선 정현종의 시를 담은 것으로 그것은 큰 우주다. 여러 평자들이 정현종의 시에 상찬을 남겼으며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고 있다. 정현종은 그 속에서 사람을 이야기하고 관계를 이야기하고 사람이 가야 할 길을 이야기 한다. 두 번째는 시인의 손글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인의 투박한 글씨는 기계가 만든 활자와는 다른 힘을 전해준다. 한 획 한 획 눌러 쓴 글씨에 천 걸음, 만 걸음의 우주를 담는다. 세 번째는 시인의 그림이다. 전문적인 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이제 막 그림을 시작하는 시인의 그림이라 더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시인은 그의 미술에 대해 겸손하다. 네 번째는 일반적인 해설과 다른 해설이다. 작품의 훌륭함을 설명하는 학술적인 용어 대신 오랜 친구를 소개하며 시인의 인간됨을 설명했다.

 

나이가 들면 삶이 통합된다고 한다. 정현종 시선집의 물성은 사람 정현종과 그의 시와 그의 그림이 하나가 된다. 그래서 “나는 가끔 후회한다”(「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일부)는 것으로 시작되는 그의 시와 짙고 붉은 해당화의 그림은 서로 무관하지만 결국 하나의 작품이 된다.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만나보고 손끝으로 그린 세계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