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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용인신문] 제나라 선왕이 맹자께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치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경우가 있습니까?” 이에 맹자는 답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있기도 하지요.” 그러자 선왕은 놀라서 되묻는다. “신하가 임금을 죽인다는 게 될 법이나 한 소리입니까?” 맹자가 답하기를 “인을 해치는 사람을 도적이라 하고, 의로움을 해치는 사람은 잔악한 자라 하고, 세상은 그런 자들을 그냥 필부라고 합니다. 저는 필부에 불과한 주왕을 베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주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맹자다운 우문에 대한 현답이 아닐 수 없다. 맹자의 일화를 살펴보면 공자를 변호하고 오로지 공자만 존경한 인물 한 사람을 들라면 맹자가 유일하다. 맹자 양혜왕하편에 따르면 ‘탕방걸 무왕벌주’라는 고사가 나온다. 탕이 걸왕을 추방했고, 무가 주왕을 벌주었다는 말이다.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 할 때는 신하였던 자와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그 임금을 벌 주기도 한다.

 

맹자 이루장구상7-9문장에서는 걸왕과 주왕이 권좌에서 쫓겨난 장면을 꽤 완곡한 문체로 기록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들의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 어느 시대를 무론 하고 백성으로부터 마음을 잃는 군주는 그 길로 끝이다. 그렇다면 백성들로부터 마음을 얻으면 되는 일 아닌가. 그렇다. 그런데 권좌에 오른 자들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백성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더 심각한 건 백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다. 철인 순자는 이렇게 경고한다. 군주는 배다. 그리고 백성은 물이다. 평소에는 잔잔하고 아름답기가 그지없으나 한번 파도가 일렁이면 걷잡을 수가 없다. 결국 배를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순자다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시대에나 밝은 백성들을 어두운 사람들이 다스리겠다고 나설 때부터 잡음은 시작된다. 더군다나 눈먼 강아지 지푸라기 잡아당기듯 하는 허둥대는 모습을 봐야 하는 백성들의 마음은 어땠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