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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48초...이XX...MBC.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발 욕설과 비속어 파문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윤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조문과 장례식 참석, 유엔총회 연설, 캐나다 방문 목적으로 7박 7일간의 외교활동을 마치고 귀국했다. 물론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성과는 초라했다. 여왕의 빈소는 조문하지 못했고 장례식만 참석했다. 기시다 일본 총리와 회담은 윤 대통령이 찾아가 30분간 약식으로 진행하였고 사진만 한 장 찍었다. 일본은 회담 자체를 부인했다. 약식 회담이 아니라 ‘간담’이었다는 것이다. 간담은 차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한국 대통령이 찾아와서 마지못해 차 한잔 마셨다”는 말과도 같다. 일본에 이런 대접을 받은 대통령은 한일수교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1905년 을사늑약부터 8·15해방까지 40년간 우리 민족과 강토를 강점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정의 대가로 달랑 3억 달러(4200억 원)를 배상하고 40년 식민 지배를 청산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트집 잡아 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다.

 

폴란드는 9월 1일, 독일에 배상금 1조 3000억 유로(1752조 원)를 요구했다. 폴란드는 1939년 9월 1일 독일의 침공을 받아 1945년 1월 소련군에 의해 해방될 때까지 5년 5개월간 나치의 점령하에 있었다. 당시 폴란드가 유린당한 피해배상을 독일에 요구한 것이다. 독일은 배상 문제는 1953년 끝났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폴란드의 입장은 다르다. 그것은 미국과 소련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원천무효라는 것이다. 당당하게 배상을 요구하는 폴란드가 무척 부럽다.

 

우리도 40년간의 식민지 시절, 일제의 가혹한 수탈에 대해 정당한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은 배상과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진 다음이다. 윤석열 정권은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피해자가 먼저 만나자고 애걸하는 저자세 굴욕외교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48초간 바이든을 만났다. 대통령실은 이것을 ‘스탠딩 회담’이라고 했다.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힌다. 통역 빼면 24초, 인사 나누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다. 대통령은 뉴욕에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하였고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도 보도되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5시간 후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를 대상으로 한 대통령의 발언이었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정정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후 ‘한미동맹’을 훼손했다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MBC를 콕 찍어서 정정보도와 사과를 요구하고 29일, 검찰에 고발했다. 적어도 수백만 국민이 대통령의 욕설과 비속어를 들었다. 대통령이 48초밖에 만나주지 않은 바이든에게 화가 나서, 그 발언을 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굳이 우리 국회에 한 말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논란을 키웠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회에 이 새끼들이라고 했다면 그것은 국민에게 욕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보다 못한 존재인가?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내세우며 ‘자유’를 21번이나 외쳤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네 가지 자유를 주창(主唱)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첫 번째로 꼽았다.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것은 무책임하지만, 그 역시 자유다. MBC가 대통령의 발언을 들리는 대로 보도한 것은 언론의 본분을 지킨 것이다. 도대체 언론의 사명을 다한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킬 가치가 있는 것과 지키지 말아야 할 것을 혼동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의 자존심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에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여 국민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기 바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8초만 만나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하는 것이 차라리 당당하다. 그것이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