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소설과 철학의 기원ㅣ송경동

소설과 철학의 기원

                                    송경동

 

광화문 촛불 집회 때 백만이 넘어가자

유명한 철학자 한 분께서 무대에 서겠다고

자꾸 마이크를 달라 했다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은가보았다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가 거대해졌을 땐

한 저명한 소설가께서 허둥지둥 현장을 휘젓다가

방송 카메라가 보이자 저돌적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가보았다

 

그뒤로 나는 그 철학자와

소설가의 책은 안 본다

굳이 그 깊이와 복선을 읽지 않아도 될

그들의 진면목을 보았기 때문이다

 

송경동은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는 현실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투사형 시인이다.

「소설과 철학의 기원」은 시위현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현장 시다. 이중인격적인 행태를 보이는 철학자와 소설가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철학자와 소설가인 셈이다. <창비> 간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