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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임금의 목적은 백성 돌아 보는 거 하나다

 

[용인신문] 논어 헌문편 14-36문장에서 보면 하루는 어설프게 글줄깨나 읽었다는 혹자가 자신이 마치 도량이 큰 현자라도 되는 양 공자께 거들먹거리며 묻는다.

 

“죄지은 자를 은혜로서 갚아준다면 더 감복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그자를 빤히 보며 이렇게 답한다. “죄지은 자는 법으로 갚고, 은혜를 끼친 자는 은혜로 갚는 것이 맞는 것이다.” 은혜란 덕이 생활 속에서 실천으로 드러남이요, 옛사람이 말하는 덕이란 백성들에게 재물이나 피륙 곡물 등의 실질적 도움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호안국의 셋째아들 호상학파의 태산북두인 호굉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덕 있는 자가 부귀하면 그 부귀로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덕이 없는 자가 부귀하면 그 부귀로 제 몸을 망친다. 그래서 인생이라고 하는 것은 죄는 지은대로 가고 덕은 쌓은 대로 가는 것이다. 이건 누가 옆에서 빌며 고사 지내지 않는다고 해도 하늘의 이치가 그렇다.

 

옛날 이언에 백성을 돌아보지 않는 임금이라는 말이다. 임금님의 목적은 하나다. 나라 안 백성을 돌아보아 행여라도 굶지는 않는지 찬비 맞아 추위에 떨고 있지는 않은지 늘 귀를 백성에게 기울이고, 백성을 위해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이런 임금은 성군은 아닐지라도 제대로 된 임금에 가깝다 하겠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임금쯤도 만나는 게 그게 말처럼 쉽겠는가. 복 있는 백성이란 백성을 위하는 임금을 만나는 게 복이다. 그러나 현실은 백성을 위하지 않는 임금을 만난다는 게 문제다. 그런 임금을 만난 백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그런 임금이 하루속히 제명을 다하기 만을 기다리는 게 고작이다.

 

이 정도라면 임금도 백성도 모두가 불행인 것이다. 임금이 임금 노릇 못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라 한다. 첫째는 임금이 공부가 부족하여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는 줄을 몰라서이고, 그다음은 아는 게 없으니 신하를 적재적소에 들어 쓰지 못해서이다.

 

임금이란 나라 전체 틈과 구석까지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통섭의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최소한의 지식도 갖추지 못한 채 권좌에 올랐다면 백성이 고통당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칫 나라도 기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릇이 아닌 자들이 나라를 다스리면 거기에서 오는 고통은 늘 백성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못된 임금이라도 저 배부르자고 백성을 굶기지는 않는다고 했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