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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愚農)의 세설(細說)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용인신문] 옛날에는 힘세고 싸움만 잘하면 당장 왕 노릇을 할 수는 있다. 나중에 산수갑산을 갈망정.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자유민주국가에서는 힘세고 싸움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얻어야 하는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 된다. 이게 그리도 어려운 일이던가.

 

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북해를 뛰어넘으라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빚을 얻거나 내 주머니 털어서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닐 터. 혹자는 말할 것이다. “나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라고. 물론 도깨비 방망이가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능력을 보여야 한다”가 아니라면 애당초 대통령 출마는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다.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상대 후보가 나보다 잘나서? 아니다. 잘났다고 밥먹을 때 숟가락 두 개 들고 먹지는 않을 터. 똑똑하다고 신발 두 켤레 껴신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는가.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 그 백성을 잃어서다. 그 백성을 잃은 것은 그 백성의 마음을 잃어서다. 그런데 맹자는 왜 백성의 마음을 잃었는가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해 북송 때 경학가 육전의 말을 쉽게 풀어 쓴다면 백성의 마음을 잃은 것은 그릇이 안되었거나 준비가 덜 되었거나 안될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려니까 힘든 거다.

 

굴원이 어부한테 한탄의 말을 한다. 온 세상이 모두 탁해도 나만 홀로 깨끗했다. 천하대중이 다 취해있을 때도 나는 홀로 깨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나를 몰라주는가. 이 말을 다 듣고난 어부가 빙그시 웃으며 말한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으면 되는 거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그냥 발만 씻으면 될 일을. 이렇게 간단한 일을 일국의 재상의 반열인 삼려대부의 직위에 있는 사람이 그것도 모르고 정치를 한다며 까불었다는 말인가.

 

굴원의 삶에 대한 포폄을 가하고자 함이 아니다. 고개지는 자신의 싯구에서 춘래리화백이라했다. 봄이 오면 마을 곳곳이 하얀 배꽃으로 가득하다. 풀어 이해하면 몸부림 치지 않아도 그릇이 되면 세상이 그를 부른다는 말이다. 역으로 그릇이 안됐다면 비교도 안되는 것들과 싸워도 진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