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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이헌서재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느림, 비움, 침묵의 1099일

 

 

[용인신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다. 고등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했던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겨우 프랑스 기자협회의 공인을 받은 저널리즘 부문의 그랑제콜을 졸업하고 기자가 되었다. 30년간의 기자생활 후 은퇴한 그는 실크로드를 걷기로 마음먹고 봄부터 가을까지 길을 걷는다. 그 과정을 적은 책이 『나는 걷는다』이다. 세 권으로 출간된 책의 인세는 쇠이유(Seuil)라는 비영리재단의 재원으로 쓰이고 있으며, 재단은 프랑스 비행청소년이 2000km 걷기에 참여해서 성취감과 자존감을 스스로 갖고 바람직한 시민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나는 걷는다』는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달리 사진이 없다. 편집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직 길만이 중요할 뿐이며, (중략) 길이란 게 걷는 사람의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그가 세계에-그리고 자신에게-부여하는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시선이 물질화된 것임을 알고 있다. 이를 인식하는 데에는 말만으로도 충분하다.”(8쪽) 60세라는 나이는 은퇴 후 풍요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기였다. 여정엔 인간이나 자연에서 오는 위협도 존재했다. 하지만 저자는 마르코폴로가 세상의 끝을 향해 출발했던 도시를 지나며 여행의 시작을 알려온다.

 

걷기에 좋은 계절, 우리의 걸음을 생각한다. 필자의 걷기는 개인의 사유를 너머 공동체에 도달한다. 좋은 일에 쓰인다는 말에 그의 책을 서가에 비치해 본다. 우리나라 교육계에서도 쇠이유 프로젝트를 배운다 하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